명태의 그리움 / 박병대 시인

조기홍 기자 / 기사승인 : 2017-05-08 08:2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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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태의 그리움 / 박병대 시인

바다에서 마음껏 노닐었어요
나날이 노느라 즐겁기만 하고
그리움이란 생각조차 못했어요
노가리 때의 추억이지요

명태가 되어 알을 낳았고
셀 수 없이 많은 노가리
귀여운 내 새끼들
제멋대로 꼬리치며 떠났어요

그리운 시름에 눈물 젖던 날
어부의 그물질에 물 밖으로 나오고
맘씨 고운 아낙이 쫘-악 배 갈라
까맣게 탄 내장을 훑어냈어요

그리움의 몸뚱이는 덕장에 걸려
바람이 불어야 꼬리 치고
북극성이 보여도 갈 수 없어
삐쩍삐쩍 마르기만 했어요

아득하여 정신을 잃고
북어 된 몸으로 눈을 떴을 때
술병 잎에서 시인이 울고 있네요
저도 그리워요, 술 한잔 주세요

- 박병대 시집 《푸른 물고기의 슬픔》에서 -

박병대 시인은 충남 대전 출생으로 방송통신대 국문학과 졸업했다.
1990년 풀밭 동인지 《강가에 물구나무 서서》로 작품활동 시작했으며 시집 《절벽》(2012), 《푸른 물고기의 슬픔》 (2017)이 있다.
우리시 진흥회 정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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