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애 클래식 음악작가 :
봄이 되면 참석할 결혼식의 수도 많아집니다. 결혼하기 딱 좋은 날씨니까요. 저는 비교적 최근 피가로의 결혼식에 다녀왔어요(!) 모차르트의 오페라 작품 《피가로의 결혼》 말입니다. 피가로와 결혼하는 수잔나가 어찌나 현명하고 예쁜지, 피가로를 시종으로 두고 있는 백작이 눈독을 들이더라고요. ‘초야권’을 행사하면서 말이죠.
이쯤에서 ‘초야권이라니! 벌써 어렵군!’이라는 생각을 하실까요? 저도 이 오페라를 알기 전엔 초야권에 대해 자세히 들어본 적이 없었는데요. 옛날 유럽에는 결혼하는 신부와 결혼식 전날 하룻밤을 먼저 보내는 귀족만의 특권이 있었대요. 그것이 바로 초야권입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은 이렇게 정의해요. “서민이 결혼할 때에 추장, 영주, 승려 등이 신랑보다 먼저 신부와 잠자리를 같이할 수 있는 권리. 미개 사회나 봉건 시대의 일부 지역에서 볼 수 있다.” 헉! 첫날밤에 대한 귀족의 권리라니! 정말 어마어마하죠? 그런데 혹자는 사실 초야권은 원래부터 존재하지 않았고, 논쟁을 위해 도입된 개념일 뿐이라고도 말합니다. 참 다행입니다.
어쨌든 천재 모차르트는 이 초야권을 둘러싸고 무겁지 않고 가벼운 분위기로 오페라를 만들었어요. 초야권을 행사하려는 귀족을 뜯어말리는 과정을 풍자적으로 그렸죠. 그런데 빈의 귀족들은 이 오페라를 불편하게 여겨서 곧바로 상연을 금지했고, 모차르트도 외면당하기 시작했어요. 그러나 명작은 어딜 가도 빛이 나나 봅니다. 다른 유럽 지역들을 뒤흔들어 놓거든요.
▲ 모차르트 : 오페라《피가로의 결혼》, ‘서곡’ |
빠르고 활기차게 시작하는 《피가로의 결혼》 서곡은 막이 오르기 전에 연주됩니다. 오페라를 기대하게 만들죠. 이후 막이 오르면 많은 아리아들이 등장하는데, 저는 2막에 등장하는 케루비노의 아리아 ‘사랑의 괴로움을 그대는 아는가(Voi che sapete)’를 좋아해요. 오페라에서 케루비노는 ‘미모 담당’이에요. 이 노래를 부르며 등장하는데요. 오페라 전체에서는 행동으로 초야권을 막는 막중한 임무를 맡고, 그 계략을 열심히 수행합니다.
‘사랑이 뭔지 그대는 아시나요…제겐 너무 새로운 일이라 알 수 없어요, 즐겁기도 하다가 괴롭기도 했다가, 열망으로 꽉 차버리고요, 마음이 얼어붙었다가 다시 불타오르고, 또 순간 다시 차가워져요…나도 모르게 한숨을 쉬고, 심장이 맘대로 요동치죠, 밤이나 낮이나 평온할 수 없지만, 그게 또 막 싫진 않아요…’라며 사랑의 증상을 호소하는 아리아입니다. 너무 귀여운 가사, 귀여운 역할인 것 같아요.
▲ 모차르트 : 오페라《피가로의 결혼》, ‘사랑의 괴로움을 그대는 아는가’ |
사랑이 무엇인지 정의 내리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 사람마다 겪은 일이 다르고 환경이 다르니 그 정의도 다양해지지 않을까요? 다만 케루비노가 말한 신체적 증상들은 다 비슷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사랑받고 있는 이유도 가사에 대한 공감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지금까지 서곡, 그리고 케루비노의 아리아였어요. 피가로의 결혼식에서 들리는 활기찬 음악들로 새로운 음악의 즐거움을 발견하시길 바랍니다.
유신애 클래식 음악작가 프로필
단행본 <로맨스 인 클래식>, <베토벤 빼고 클래식>을 쓴 클래식 음악 작가.
대학에서 피아노를 전공한 후, 클래식 음악 전문 월간지 <피아노 음악>, <스트링앤보우>에서 클래식 전문 기자로 근무하였으며, KBS 클래식 음악 방송 <더 콘서트>, 클래식 음악과 강연이 더해진 KBS 연말특집생방송 <오늘과 내일> 등에서 구성작가 겸 음악코디네이터로 활동하였다.
현재는 강연, 북토크 등 다양한 채널로 독자들을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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