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을 토닥이는 목소리

유신애 칼럼니스트 / 기사승인 : 2025-04-20 23:5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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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애 클래식 음악작가 :

음악은 때때로 가슴 시린 사람들을 위로합니다. 이번 주는 외로움과 그리움에 휩싸인 마음으로 어느 봄보다 쓸쓸한 봄날을 지낼 누군가, 주중에는 일만 하다가 주말이 되니 갑자기 더 큰 외로움이 느껴진다는 사람들, 산책하다 주변 사람들이 너무 행복해 보이니 상대적인 씁쓸함이 닥친 경험을 했다는 이들을 위한 클래식 음악을 준비했어요. 비극적인 가사를 가진 음악입니다. 나보다 더 짙은 외로움을 품은 클래식 음악이 여러분의 마음을 토닥일 거예요.

괴테의 소설《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에는 어른들에게 속아 서커스단에 팔려가버린 소녀 ‘미뇽’이 등장합니다. 빌헬름은 서커스단에서 학대 당하는 미뇽을 구해주죠. 아이의 몸값을 지불하는 방식으로 말입니다. 소녀 미뇽은 자신을 구해주고 보호자가 되어준 빌헬름에게 사랑이 깃든 감사의 목소리를 전해요. ‘오직 그리움을 아는 자만이’가 바로 그것입니다. 이 시는 여러 작곡가들에게 음악적 영감을 선물해요. 저는 그중에서도 슈베르트와 차이콥스키의 곡을 알려드릴게요.

슈베르트는 괴테의 여러 작품을 가곡으로 만듭니다. 그러나 건강상의 이유로 짧은 생을 마감하면서, ‘오직 그리움을 아는 자만이’가 마지막 곡으로 속한 <빌헬름 마이스터의 4개의 노래>를 끝으로, 더 이상 괴테의 시에 음악을 부치지 못해요. 1827년 이 작품을 출판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1828년 11월에 세상을 떠나버립니다. 그러니 괴테의 시를 활용한 가곡 중에서는 마지막 작품인 것이죠. 시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오직 그리움을 아는 자만이
알고 있죠, 제가 무엇을 괴로워하는지!
모든 기쁨에서
홀로 멀어져,
허공을 바라보네
하늘 저편으로.
아! 나를 사랑하고 이해하는 이는
저 멀리 있죠.
어지러워, 타들어가는 듯한
내 마음
오직 그리움을 아는 자만이
알고 있죠, 제가 무엇을 괴로워하는지!
 

▲슈베르트 : <빌헬름 마이스터의 4개의 노래, D.877>, ‘오직 그리움을 아는 자만이’


슈베르트뿐만 아니라 차이콥스키도 같은 시로 가곡을 만들어요. 때는 1869년. 차이콥스키는 괴테의 시를 러시아어로 번역해 가곡을 만듭니다. 그가 쓴 ‘오직 그리움을 아는 자만이’는 <6개의 로맨스> 중 마지막 곡입니다. 음악은 독일어로 다시 번역된 버전으로 많이 연주되지만, 저는 이 작품만큼은 성악곡보다 현악기 소리가 더 좋은 것 같아요.
 

▲ 차이콥스키 : <6개의 로맨스, Op.6>, ‘오직 그리움을 아는 자만이’


미뇽은 어떻게 됐냐고요? 시간이 지나 빌헬름이 자신이 아닌 다른 여인을 사랑하는 것을 알게 되고, 큰 충격을 받아 시름시름 앓으면서 세상을 떠나요. 미성년자의 미성숙한 사랑이었던 거예요. 너무 애석한 결말이네요.

그러나 그녀의 목소리는 아름다운 선율로 만들어져 여러 작곡가들에게 영감을 주고, 음악은 사람들을 위로하고 있습니다. 슬픔은 또 다른 슬픔을 위로하는 힘이 있는 걸까요? 외로운 선율과 함께 차분한 마음으로 위로받는 시간을 가지시길 바랍니다.
 

 유신애 클래식 음악작가 프로필

 단행본 <로맨스 인 클래식>, <베토벤 빼고 클래식>을 쓴 클래식 음악 작가.


대학에서 피아노를 전공한 후, 클래식 음악 전문 월간지 <피아노 음악>, <스트링앤보우>에서 클래식 전문 기자로 근무하였으며, KBS 클래식 음악 방송 <더 콘서트>, 클래식 음악과 강연이 더해진 KBS 연말특집생방송 <오늘과 내일> 등에서 구성작가 겸 음악코디네이터로 활동하였다.
현재는 강연, 북토크 등 다양한 채널로 독자들을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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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애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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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행본 <로맨스 인 클래식>, <베토벤 빼고 클래식>을 쓴 클래식 음악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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