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위 백조

유신애 칼럼니스트 / 기사승인 : 2025-05-01 22: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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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애 클래식 음악작가 :

 

안데르센의 동화≪미운 오리 새끼≫에는 다른 오리들과는 생김새와 행동이 너무 달라서 미움받으며 살아가는 새끼 한 마리가 등장합니다. 그런데 오리들 무리 속 그 친구는 알고 보니 백조였어요. 다른 오리들이 들으면 기분 나쁠지 모르겠지만, ‘더 아름답고 더 우아한 백조였다’로 마무리되지요. 소외되고 고난한 성장과정을 거친 백조는, 자신이 백조였음을 깨닫고 비로소 삶을 온전히 받아들이면서 행복을 찾아요.

‘백조’라고 하면 또 떠오르는 이야기가 있어요. 물 위에서 우아하게 헤엄치기 위해서 물밑에서는 끊임없이 발로 젓고 있다는, ‘노력’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입니다.

저는 앞선 두 가지 이야기처럼, 클래식 음악에서 ‘백조’하면 떠올리게 되는 두 가지 음악을 들고 왔어요. 차이콥스키의 ≪백조의 호수≫ 중 ‘정경’과 생상스의 <동물의 사육제> 중 ‘백조’가 그것입니다.

 

▲ 차이콥스키 : <백조의 호수, Op.20a>, ‘정경’


먼저 차이콥스키의 발레극≪백조의 호수≫는 사악한 마법에 걸려 낮에는 백조, 밤에는 인간이 되는 오데트의 이야기를 그립니다. 발레모음곡<백조의 호수> 중 ‘정경’은 낮이 되어 열심히 발을 젓는 백조, 즉, 오데트를 표현해요. 오직 사랑만이 마법을 풀 수 있는 열쇠이지만, 안타깝게도 원작은 비극으로 끝나버리죠. 발레극에서 등장하는 백조의 테마는 우아하고 아름다우면서도 행복하지 못한 결말을 암시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생상스 : <동물의 사육제, R.125>, ‘백조’

 

한편 생상스의 모음곡<동물의 사육제>는 사실 좀 유치합니다. 이건 저의 뇌피셜이 아니라 작곡가 생상스 자신과의 의견이기도 해요. 그동안 차곡차곡 쌓아놓은 작곡가의 위상이 손상될까 봐 작곡가는 이 모음곡을 만들어놓기만 했을 뿐 공개하지는 않을 정도였죠. 다만 생상스는 출판사에 보낸 편지에서 <동물의 사육제>의 작곡 과정이 굉장히 재밌다는 내용의 편지를 써요. 사자가 위풍당당하게 등장하고, 수탉이 울고, 물고기가 수족관에서 헤엄치고, 코끼리가 쿵쿵대며 움직이는, 제목 그대로 동물들을 재미있게 표현한 음악이라서, 아이들을 위한 클래식 음악 콘서트의 단골 음악입니다.


<동물의 사육제>는 생상스가 세상을 떠난 후 공개됐는데, 생상스의 우려와 달리 엄청난 인기를 끌었어요. 지금처럼 말이죠. 그중 ‘백조’는 피아노 반주 위에서 첼로의 선율로 자주 연주되곤 합니다.

백조를 대표하는 두 가지의 클래식 음악들. 모두 우아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 같아요. 그럼 이제 두 작품들 속에서 백조는 어떻게 다른 모습으로 그려지는지 비교하면서 듣는 건 어떨까요? 재밌는 시간이 되실 겁니다. 더불어 지금 미움받고 있는 혹자에게는 생상스의 백조가 성공한 것처럼 더 좋은 소식을 불러올 음악이 되시길 바라요. 자신의 삶이 망가지길 원하는 사람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기에, 글을 보고 계시는 여러분도 분명 백조처럼 열심히 발을 젓고 있을 거니까요.

 

 

 유신애 클래식 음악작가 프로필

 

단행본 <로맨스 인 클래식>, <베토벤 빼고 클래식>을 쓴 클래식 음악 작가.

대학에서 피아노를 전공한 후, 클래식 음악 전문 월간지 <피아노 음악>, <스트링앤보우>에서 클래식 전문 기자로 근무하였으며, KBS 클래식 음악 방송 <더 콘서트>, 클래식 음악과 강연이 더해진 KBS 연말특집생방송 <오늘과 내일> 등에서 구성작가 겸 음악코디네이터로 활동하였다.
현재는 강연, 북토크 등 다양한 채널로 독자들을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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