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맞댐

주금파 / 기사승인 : 2024-07-07 18: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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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물고기를 생생하게 살아있는걸로 팔려면 수조에 담아둬야 하는데 그냥 수도물에다 갑자기 넣으면 모두 죽어버린다. 그것은 짠바다물에 살던 물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얼마간의 비례에 맞춰서 수도물에다 바다물을 섞어야 된다. 이것을 "물맞댐"이라고 한다.


▲주금파 극작가, 영화감독

몇년전 들은 우스운 이야기 하나가 생각난다. 베이징에 살던 한사람이 연길모아산 소나무숲에 들어갔다가 쓰러진것이다. 연길일행이 놀래서 당황망조할때 마침 지나가던 사람이 왠 일인가고 물으니 북경에서 친구가 갑자기 졸도했다니까, 그사람이 "근심마세요"하며 쓰러진 사람을 자가용 뒤에 배기관밑에 눕히라고 하더니 자가용을 가동하더니 액셀을 끝까지 디뎌서 검은 연기가 그사람 얼굴에 뿜어주니까 얼마나후 푸욱 한숨을 내쉬며 정신을 차리더란다. 

 

연길동행자가 차주인에게 원인을 물으니 "북경의 우매(雾霾)가 꽉 찬 곳에 살던 사람이 갑자기 이렇게 좋은 모아산의 공기를 마시니까 까무러칠수밖에요" 누가 꾸민 우스개인지는 모르지만 일종 물맞댐이 없이 좋은 공기를 마시면 생겨나는 사례인것은 분명하다.


지난 1990년10월3일 동서독일이 갑자기 통일됐을 때 량쪽의 경제수준 격차가 상당했다고 한다. 잘살던 서부독일 사람들은 못사는 동부독일 사람들을 부담으로 여겼다. 그로하여 적잖은 트러블이 생겼는데 3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동서의 격차는 완전히 지워지지않았단다.


현재도 진행형인 러우전쟁, 쏘베트련방15가맹공화국중의 하나였던 우크라이나가 쏘련으로 부터 독립된 나라로서 한가마밥을 먹던 형제였는데 지금은 3년째 전쟁을 치르고 있다. 이 두나라 사이에는 응당 물맞댐이 필요했것도 아니였겠는데 왜 이렇게 원쑤가 되여 싸우고 있는지?


나만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출장가게 되면 며칠동안 속탈이 생긴다. 뭐를 먹던지 배탈이 나기가 일수다. 이것은 아마 나의 체질에 습관됐던 환경을 떠나 타지방의 수질이 물맞댐하는것이리라.


부부사이에는 물맞댐이 필요하다. 서로 다른 가정환경에서 성장한 두 남녀에게 남자집의 바다물이였는지 흙탕물이였는지 모르는데 청정수같은 환경에서 자란 여자라면 두사람 사이에 평형을 이룰 두사람에게만 적당할 물(환경)을 만들어야 할것이다. 여기에는 양쪽 모두에게 상당한 인내와 헌신과 노력이 필요하다. 아마 세상에 제일 힘든 공정이 부부가 함께 만들어가는 물맞댐공정이 아닐가?


직장에 금방 들가면 3~5년이 지나 고참이 되기까지 선배들의 괴롭힘, 상사의 괴롭힘, 동료끼리의 괴롭힘까지 견뎌내기가 만만치않다. 학력으로 무시하고 외지인이라서 배척당하고 인맥이 없다고 업신여기고 재간이 특수하면 시기질투하고 회식자리에 자주 빠지면 미워하고 하여튼 벼라별 고통이 연속부절로 쏟아진다. 마음에 굳은 살이 배기고 모났던 각이 다슬어 없어지고나면 대부분 직장인들은 그냥 범용한 인간으로 돼버린다. 무서운 물맞댐이다.


나는 식당영업하는 사람들이 참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찾아오는 손님들 모두 이쁜 손님들이 아니다. 개중에는 진상손님이 적지않다. 얼씬 먹고 일어서 자릴 내줬으면 좋을텐데 초두부 한그릇에 빼갈 한잔에 취해서 반나절 테블을 차지하고 고래고래 소리지르고 잔심부름이 끝없는 손님, 술주정하며 저들끼리 까부수는 손님, 음식타발 되게 하면서 매일이다싶이 찾아오는 손님, 하여간 식당영업을 하게 되면 벼라별 진상손님을 다 상대해야 하니 가게주인들의 물맞댐 기술과 인내심이 대단하다.


중국과 한국이 1992년말에 수교를 했다. 그때로부터 한국으로 따궁(打工)하러가는 대오가 형성되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무려 70만명이 넘는 조선족들이 한국에서 따궁하며 삶의 보금자리를 틀고 있다. 같은 동포이지만 못사는 중국에서 간 조선족은 동포라 불러주지도 않았다. 그리하여 한국생활에 적응이 쉽지않았다.


이젠 중국의 경제조건이 서서히 한국을 압도하고 있다. 드디여 중국과 한국간의 물맞댐이 성공하고 있는 추세이다. 한국인들 조선족을 대하는 물맞댐이 이젠 많이 변해야하지 않을가?


친구사이의 우정, 남녀의 애정, 가족친지간의 친정(亲情)도 돈독하게 영위하려면 이 물맞댐이 잘 이루어져야한다.

 

 

주금파
극작가, 영화감독

중국 연변영화드라마예술가협회 회장
연변희성영화드라마제작회사 법인대표
원 연변TV방송국드라마 PD

주요작품:
영화(부모) (아리디연가) (경찰관의 이야기) 드라마(자전거) 등 다수
제22회서울프라이즈TV부문 대상, 중국소수민족제5회"금붕상"대상, 연변진달래문예상 창작상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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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연변영화드라마예술가협회 회장
    연변TV방송국드라마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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