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 이해의 첫걸음, 태극기에도 있는 주역의 괘

김차현 칼럼니스트 / 기사승인 : 2024-09-02 14:4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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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철학, 종교의 융합을 구현하는 주역의 가치

황제가 필요없는 시대에 주역을 강조하는 것은 황제같은 탁월한 리더가 되려면 주역을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주역은 인생에서 어둠을 밝히는 등불과도 같은 역할을 한다.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고, 분간할 수 없는 깜깜함 속에서 등불 하나가 길을 밝히듯이 주역은 그러한 가치가 있는 책이다. 자기 삶의 주인으로 살아가기 위한 인생 필수 과목인 주역과 친해져서 모두가 주도적인 삶의 혜안을 갖게 되길 바란다. 이번 장에서는 주역을 이해하기 위한 첫걸음인 주역의 괘에 대해서 알아보자.

 

주역의 괘 모양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무슨 암호 같다. 각 부호의 의미를 모르면 풀 수 없는 모르스부호 같은 면이 주역에도 있다. 하지만 낯설어할 필요는 없다. 태극기의 검은색 부분인 '건곤감리'가 바로 주역의 괘에서 가져왔기 때문이다. 건은 하늘, 곤은 땅, 감은 물, 리는 불을 상징한다. 태극기가 세계에서 가장 의미있는 국기로 인정받는 것도 그 상징들을 주역에서 차용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태극기 <데니 태극기>(보물) : 고종이 외교 고문이었던 미국인 데니(Owen N. Denny, 1838~1900)에게 하사한 태극기               <이미지 출처 : 중립중앙박물관 온라인 전시관 소장품 >

 

주역의 괘는 우리 민족의 선조인 동이족이었던 고대 태호 복희씨가 만들었다는 글자다. 음양을 의미하는 기호 2개(━, ╍)가 기본이다. 기호 중에 이어진 선(━)은 '양'을 의미하고, 끓어진 선(╍)은 '음'을 의미한다. 주역의 괘는 음양으로 이루어진 자연 만물의 존재 양상과 변화 원리를 음양 기호로 표현한 것이다. 주역의 한 괘는 음양 기호가 6개의 층으로 쌓인 것이다. 각 층을 '효'라고 부르는데, 속성에 따라 음효, 양효라고도 하고, 위치에 따라 초효, 상효라고 부른다.

 

주역의 괘에서 제일 아래층을 '초효', 제일 위층을 ‘상효’라고 한다. 주역은 제일 아래 초효부터 위로 올라가면서 읽는다. 그리고 아래 3개 효를 묶어 '하괘', 위의 3개 효를 '상괘'라고 한다. 하괘에는 '건곤감리 태간진손'이라고 불리는 8개의 괘가 자리한다. 이 8괘는 음양에서 갈라진 4상(태양, 태음, 소양, 소음)에 음양이 더해져서 생긴 8개의 괘로 하늘, 땅, 물, 불, 연못, 산, 우레, 바람 을 상징한다.

 

8괘가 자리하는 하괘 위에 양효와 음효가 벽돌 쌓듯이 3개가 쌓아져서 6효가 완성되는 것이다. 그렇게 하여 산출된 주역의 총 괘는 64개다. 음양 기호의 교차를 통해 만들어진 괘들이 총 64가지인 것이다. 그것은 흡사 '눈, 코, 입, 귀'라는 동일한 구성요소를 가지고 수많은 얼굴을 만들어내는 유전자 조합과 닮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왜 64개인가? 64괘보다 더 많은 무한한 조합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주역은 8괘와 8괘를 곱하여 64괘를 만든 것으로 만족하고 있다.

 

주역의 괘를 이해하는 요령 중에 하나는 6개의 효를 2개씩 묶는 것이다.

초효와 두 번째 효는 자연과 물질세계를 의미하기에 '지도'(지상의 도) 라고 부르고,

중간의 2개 효는 인간세상을 의미하는 '인도'(인간의 도),

제일 위 2개 효는 우주와 천상세계를 의미하는 '천도'(하늘의 도) 라고 이해하면 쉽다.

 

▲주역의 64괘 중 14번째 괘인 화천대유의 괘 모양   

물론 자세히 설명하려면 끝이 없지만 맛보기로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지도가 기본으로 바닥에 깔린 이유는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그것을 위해서 먼저 물질세계인 지도를 배우고 익혀서 사람 노릇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배워야 하는데, 배움 중에는 인간세상의 도리와 덕목도 포함되어 있기에 두 번째가 인도다. 마지막이 천도인 이유는 배운 것을 지행일치로 실천해야 비로소 덕성이 완성되어 우주와 천상세계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 덕철 인교환 선생님의 가르침을 인용하면,

'지도는 과학이고, 인도는 철학이며, 천도는 종교에 해당한다. 과학을 배우고 철학을 실천해야 비로소 내세가 보장된다. 과학 없는 철학은 공허하고, 철학 없는 과학은 맹목이다. 그리고 과학, 철학 없는 종교는 미신에 불과하다. 과학, 철학, 종교 이 3가지가 조화롭지 않으면 제대로 잘 살았다고 볼 수 없다. 주역이 최고인 이유는 이 3가지를 다 융합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역은 지도, 인도, 천도 즉, 과학, 철학, 종교를 융합하는 학문이다. 주역을 배우면 전체를 보는 전관의 리더가 될 수 있다. 그 이유는 세밀하게 나누어 일부분만을 연구하고 강조하는 분관의 시대에 전체를 아우르는 탁월한 안목을 길러주기 때문이다. 주역을 통달하면 황제같은 리더가 되고도 남지 않겠는가?​

 

파이낸셜경제 / 김차현 칼럼니스트 ranigeo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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