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문]에밀 루마니아 전 대통령, “DPCW, 한반도 평화 통일에 큰 역할 할 것"

박성연 / 기사승인 : 2018-09-15 18: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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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 콘스탄티네스쿠(Emil Constantinescu) 루마니아 전(前) 대통령이 14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2018.9.14 박완희 기자 orange1419@daum.net

"전쟁 유발 요소 없애나가야""대화, 남북 정상에게 가장 필요""4년전 만국회의 청년들 생각나""만국회의 초청 서신에 서명, 매우 자랑스러워""수난의 경험으로 20일 강연서 화해의 비전 제시할 것"

[파이낸셜경제=박성연 기자] 에밀 콘스탄티네스쿠(Emil Constantinescu) 루마니아 전(前) 대통령이 오는 17일부터 19일까지 열리는 ‘918 평화만국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 14일 방한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해인 1939년 루마니아 국경지역에서 태어난 에밀 전 대통령은 루마니아 격동의 시기 ‘공산주의와 자유 민주주의 체제’를 모두 경험한 인물로 루마니아 3대 대통령을 지냈다. 
현재 그는 문화외교협회(ICD, Institute for Cultural Diplomacy)의 의장을 맡고 있다. 1999년 설립된 ICD는 유럽에서 가장 큰 규모의 국제 NGO로, 국가 간 문화교류·외교를 통해 세계평화, 안보증진을 목표로 하고 있다.
분쟁지역에서 태어나 어릴 적부터 수난의 경험을 해온 그에게 이번 918 평화만국회의 때 논의 사항과 남북 정상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물었다.
이날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평화의 세계를 만들기 위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서 매우 기쁘다”며 기대감을 표했다. 
에밀 전 대통령이 14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뒤 차에 오르며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2018.9.14 박완희 기자 orange1419@daum.net

다음은 에밀 전 대통령과의 인터뷰 전문.
-HWPL이 추진하는 DPCW가 세계평화와 한반도 평화에 어떻게 기여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내 생각에는 전쟁 종식 세계 평화 선언문은 한반도 평화 통일을 이루는 데 있어서 굉장한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평화란 우리가 살아가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가치이다. 반면 모든 전쟁은 하나같이 생명을 위협한다. 최근에 한국과 관련된 일들을 한번 생각해보면 온 세계의 관심은 다 비핵화에 있고 이와 관련된 새로운 대북제재 결의안들이 매번 나오고 있다. 그러나 평화는 지역사회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근본 기반이 될 수 있도록 자리 잡혀야 한다. 먼저는 전쟁의 원인이 되는 요소들을 없애 나가는 것이 중요하고 그 후에 오랜 기간을 가지고 차차 민주적인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논의해 나가야한다.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먼저 필요한 것은 평화이다.” 
-만국회의가 열리는 18일에 공교롭게도 남북정상회담이 한반도에서 동시에 열린다. 이렇듯 한반도 평화를 위한 움직임이 한반도 곳곳에서 일어나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는지.
“나는 한국에 대해 굉장한 동질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나는 1939년에 태어났다. 이는 곧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해였고 나는 정확히 분쟁지역인 국경지역에서 태어났다. 그곳은 소련의 붉은 군대가 지배한 루마니아 지역으로, 현재는 몰도바 공화국에 속한 지역이다. 왜 이러한 사실이 나한테 중요한가. 그 이유는 이로 인해서 나는 어릴 적에 두 차례나 피난민이 되었으며, 폭격이 진짜 뭔지, 사람들이 서로 죽이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후 루마니아 사람들은 두 국가로 분단되게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나에게 있어서 평화의 문제는, 그리고 통일의 문제는 너무나도 중요한 일이다. 단순히 일반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나의 개인적 차원의 문제라고까지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한반도의 상황에 대해) 마음 깊이 느끼고 있다. 그리고 내가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것이, 1996년에 내가 루마니아 대통령으로 당선되고 나서 가진 첫 대담은 바로 몰도바 대통령과의 대담이었다. 당시 몰도바와 루마니아의 사정은 완전히 달랐다. 뿐만 아니라 나는 보수 이념을 가진 정치인으로, 공산정권에 대항하는 혁명에 참여했었던 반면, 몰도바 대통령은 전 소비에트 연방의 중앙 정치국 위원으로 소련 시대 당시 소련의 삼인자로서 매우 중요한 직책을 가지고 있던 사람이었다. 이렇게 너무 다른 루친스키 대통령과 나는 수년 간 함께 각자 자기 나라의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협력해왔고, 지금은 너무나 다 잘되었다. 서로 원하는 바를 이뤘기 때문이다. 내가 현직에 있을 때 루마니아가 유럽 연합에 통합되도록 한 것과 같이, 현재 루마니아 정부는 몰도바 공화국이 유럽 연합에 통합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그리고 단계적으로 몰도바 민주화 과정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기도 했었다. 왜냐하면 나는 민주주의의 확산은 평화가 깃들 수 있는 집이 더 커지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남북 정상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대화이다. 대화 없이 평화를 이루기란 불가능하다. 함께 테이블에 앉아서 대화를 하는게 중요하다. 그리고 함께 평화를 보장하겠다는 공통된 목적을 가져야 한다. 그런 후 단계적으로 천천히 국민이 주인이 되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야한다. 만약 몰도바와 루마니아 간 이것이 가능했다면, 남한과 북한이라고 못 할 것이 없을 것이다.”
-이번 918 평화만국회의 행사에서 어떤 논의를 할 계획인지.
“나는 4년 전, 이만희 대표와 함께 내 이름을 만국회의 초청 서신에 서명했던 것을 매우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 당시 나는 베를린 문화 외교 아카데미 대표였는데, 나 말고 다른 전직 대통령들, 종교 지도자들, 그리고 학계를 대표하는 다양한 인사들을 초청하기 위해 이 대표와 같이 초청 서신에 서명했다. 그렇게 4년이 지난 오늘 지금, 이러한 부분이 평화의 세계를 만들기 위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서 매우 기쁘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나는 아직도 4년 전 올림픽 주 경기장에서 봤던 그 젊은이들과 학생들을 잊지 못한다. 정말 감동이었다. 나는 늙은이지만, 젊은 세대들의 미래를 지지하고 도와주는 것이 나와 같은 사람들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러한 논의를 이 행사 중에 할 예정이다)”
-남북 정상 회담이 끝나는 날에 한국 청년들에게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대한 비전을 제시해주는 강연을 한다고 들었는데, 어떤 메시지를 전할건지.
“이번 강연에서 내가 강의할 주제는 ‘수난의 교육에서 화해의 교육으로’이다. 나는 내가 겪은 경험을 함께 나누고 싶다. 내 일생 동안 나는 상당한 시간을 독재정권 아래 살아왔다. 루마니아 독재 정권은 정말 극심하게 혹독했다. 나 이전에 정권을 잡았던 첫 루마니아의 대통령인 니콜라에 차우세스는 북한을 선망해서 루마니아를 북한화하려고 했던 사람이다. 그리고 나는 그러한 체제 아래 살았었다. 나는 내 일평생 수난이 무엇인지 몸소 배운 사람이다. 그러나 이러한 수난의 경험을 진정한 화해를 이루고자 할 때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 이 후 루마니아에서 공산주의가 붕괴되고 난 뒤 당시 많은 젊은이들이 혁명에 참여를 했고, 나 또한 이를 지지했다. 특히 혁명을 지지하는 청년들을 도와줬었다. 정치범들도 마찬가지이다. 그 공산주의 정권 당시, 거의 100만 명의 사람들이 수감되었고, 수백만 수천만 사람들은 암살당했다. 그러나 그러한 시대에서 생존한 사람들도 복수를 바라지는 않는다. 그저 사람들과 함께 민주적인 사회를 만들어 나가고 싶어 할 뿐이다. 그래서 루마니아의 경험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나는 우파 단체의 장이기도 했고, 정치범이기도 했으며 청년 혁명 단도 대표했다. 이 때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루마니아 혁명은 피의 혁명이었다. 내 아들은 진압도 당했고, 내 제자는 죽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그 누구도 복수를 원하진 않는다. 왜냐하면 수난의 교육은 화해의 근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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