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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강요식(전 서울디지털재단 이사장, 현 단국대 초빙교수) |
2010년경 소셜미디어(SNS)를, 코로나 시절에는 메타버스를 경험했다. 이후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IoT 등의 기술로 디지털 전환(DX)기를 맞이했고, 2022년 11월, 생성형 AI인 챗GPT 등장으로 또 다른 세상인 인공지능(AI) 전환(AX)기로 접어들었다. 이어서 숨 돌릴 틈도 없이 양자 컴퓨터가 등장하고, 아직 낯선 양자(Quantum) 전환(QX) 시대가 성큼 다가오고 있다.
불과 10여 년 사이에 기술의 변화 속도가 전광석화처럼 빠르게 흐르고 있다. 필자는 얼리어답터로 기술 변화에 따라 사용자로서 또는 관리자로서 이런 기술을 직접 활용하고, 적용을 확대하는 일에 앞장서 왔다. 특히 서울디지털재단 이사장 재직(2021년~2024년) 중에 메타버스, 디지털 전환, AI 전환 업무를 주도하고 공공기관의 생태계 현장에서 이런 변화를 목도해 왔다.
얼마 전 인천 송도에 있는 한 대학교를 다녀왔다. 국내 최초, 전 세계 대학 중 2번째, 세계 5번째로 ‘양자컴퓨팅센터’가 있는 연세대 국제캠퍼스이다. 말로만 듣고, 막연히 상상했던 양자컴퓨터를 주제로 한 브리핑을 청취하고 현장에서 직접 보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었다. 이 거대한 양자 인프라는 2021년 밑그림을 그렸고, 가동을 시작한 것은 2024년 11월이었다.
“왜 연세대학교일까?”라는 생각이 스쳤고, 그 이유를 질문했다. “당시 서승환 총장님께서 미래를 선도할 기술에 대한 연구 차원의 의사결정이었다”라는 답을 들었다. 이 대목에서 나만의 큰 박수를 쳤다. “미래를 대비한 실행”의 가치가 얼마나 중요한가? 국내 최초와 세계 5번째가 주는 의미는 강렬했다. 나에게 양자기술에 대한 호기심과 공부를 하게 되는 동기가 되었다.
당시 방문자 일행은 먼저, 양자사업단장으로부터 ‘연세 퀀텀 이니셔티브 & 양자컴퓨터 활용 바이오헬스 연구 소개’ 브리핑을 청취했다. 첫 슬라이드는 “왜 양자컴퓨터인가?”라는 내용이었다. 인류의 문제는 계산 가능한 문제와 계산과 무관한 문제로 나뉘어진다. 현대 사회가 당면한 난제는 대부분 계산 가능 즉, 계산을 통해 문제 해결 방안을 탐색할 수 있는 문제이다.
AI 시대에서 “더 많은 데이터를 더 빠르게” 처리하는 것이 경쟁력을 너머 인류의 지속 가능한 생존에 중요해진다. 에너지, 기후변화, 보건/질병 등의 난제는 기존 컴퓨팅 패러다임으로 해결하는 데 한계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한계를 돌파할 구원투수로 양자컴퓨터가 부상하는 이유는 다른 두 가지 핵심 물리적 원리, 즉 ‘중첩과 얽힘’을 통한 연산 능력 때문이다.
기존의 디지털 컴퓨터는 모든 정보를 0 또는 1이라는 ‘비트(Bit)’로만 처리한다. 미로를 찾을 때 하나의 길을 가보고 막히면 돌아와 다른 길을 탐색하는 직렬식 방식이다. 반면 양자컴퓨터의 기본 단위인 ‘큐비트(Qubit)’는 0과 1의 상태를 동시에 가질 수 있는 ‘중첩’의 특성을 지닌다. 이는 수많은 미로의 갈림길을 단 한 번에, 동시에 탐색하는 병렬 연산을 가능하게 만든다.
여기에 둘 이상의 큐비트가 멀리 떨어져 있어도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반응하는 ‘얽힘’ 현상이 더해지면 연산 속도는 폭발적으로 빨라진다. 큐비트 수가 하나씩 늘어날 때마다 처리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은 2의 거듭제곱(2ⁿ) 형태로 폭발하며, 단 300개의 큐비트만 완벽하게 제어할 수 있어도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원자의 수보다 많은 숫자를 동시에 계산해 낼 수 있다.
이 압도적인 연산 능력이 인류의 해묵은 난제들을 푸는 열쇠가 된다. 수억 년이 걸려도 슈퍼컴퓨터가 풀지 못하던 기후 변화 모델의 방대한 분자 시뮬레이션을 단 몇 분 만에 끝내고, 수만 가지 화학 결합을 순식간에 계산해 내어 난치병을 치료할 신약 후보 물질을 찾아내며, 지구온난화를 해결할 획기적인 탄소 포집 촉매를 설계하는 일도 이 원리 위에서 실현된다.
중첩과 얽힘이라는 양자적 원리에 대한 설명은 생소하기 때문에 알 듯 말 듯 귀를 더욱 종긋하게 했다. 빅데이터, 클라우드, 블록체인, 메타버스, 생성형 AI, AI 에이전트 등 신기술과 플랫폼 서비스가 등장할 때를 상기해 보자. AGI, ASI 시대가 도래하고, 양자기술의 상용화로 세상의 변화를 가속화하게 되었다. 양자(Quantum) 전환(QX) 시대를 준비해야 하는 당위성이다.
브리핑이 끝나고, 상용 양자 컴퓨터(IBM 퀀텀 시스템 원)를 보았다. 그것은 단순한 컴퓨터라기보다, 현대 과학문명이 빚어낸 가장 아름다운 예술품에 가까웠다. 두꺼운 특수 유리 큐브로 감싸여 있고, 에메랄드빛의 녹색과 찬란한 황금빛이 어우러졌다. 마치 미래 도시의 하늘에 걸려 있는 초현실적인 조형물처럼 허공에 조용히 매달려 있었다. 이것이 과연 컴퓨터일까?
실제 양자컴퓨터의 내부는 볼 수 없고, 사진으로만 보았다.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정밀한 금빛 관들과 수많은 초미세 케이블들이 겹겹이 흘러내리는 그 거대하고 정교한 구조는, 영락없이 우주 세대의 눈부신 황금빛 샹들리에를 연상케 했다. 그 황금빛 샹들리에의 심장부는, 소음 하나 없이 정적 속에서 절대영도에 가까운 영하 273도의 냉기를 유지하고 있다.
황금빛 구조물은 인류의 난제들을 풀어낼 양자적 '중첩'과 '얽힘'의 춤을 소리 없이 추고 있는 것이다. 첨단 기술과 예술적 영감이 정점(頂點)에서 만난 듯한 그 경이로운 비주얼 앞에서, 나는 단순히 '더 빠른 기계'를 본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인류가 디지털의 한계를 넘어 다음 문명으로 도약하기 위해 하늘에 걸어둔, 거대한 미래의 이정표이자 시각적 선언 그 자체였다.
양자컴퓨터는 단순히 '조금 더 빠른 컴퓨터'의 등장을 의미하지 않는다. 기존 컴퓨팅 기술이 도달한 물리적 한계 장벽을 완전히 무너뜨리고, 인류가 데이터의 홍수 속에서 생존을 위한 최적의 답을 가장 실시간에 가깝게 찾아내도록 돕는 새로운 문명적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이러한 신기술의 도래를 인지하고, 양자(Quantum) 전환(QX) 시대를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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