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막이 연 / 오연복 시인

편집부 / 기사승인 : 2018-04-30 08: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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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을 사이에 두고 굵은 소금이
어깨 위에서 액풀이를 한다

육모얼레에 대보름달이 연처럼 걸리던 날
가슴을 써레질해대던 윗집 백수형은 
대나무 연살에 가오리를 꿰어걸고
하늘 낚시를 한다
팽팽한 연실이 튕겨질 때마다 칠산 앞바다가 출렁인다
대문은 뿌연 하늘에 매달린 곰소염전을 
빼꼼히 내다보다가
묵은 아침 신문을 대각선으로 읽어간다

갈 삼재에 액막이 연을 먼 산 너머로 꼭 시집보내겠다던 그 형은
송액영복 계유년 정월 열 닷 새 아무개,
부적을 가오리 등에 태우고서
세상은 운세를 가불하여 치장하는 것이라고 호기롭게 외쳐댔지

질컥한 부레뜸으로 오돌토돌해진 연실에서
날 선 사금파리가 개미 춤을 춘다 
꼭지연과 치마연이 애지석지 가쁜 정을 보쟁이다가
툭 끊어지는 연실에
손끝이 허망하게 턱 내려앉는다

석간 신문에 쓰나미가 몰아친다
위도 앞바다의 파도는 여객선을 삼키고
치마연은 아우성을 하늘로 실어나른다
그는 서른 아홉에 삼베옷을 걸친 채 
너울너울 독바위를 넘어간다

꼴깍 산을 넘는 햇살은 어설픈 실오라기가 없다
번달연과 동이연은 동구 밖 미루나무에서 대롱거리고
호랑이 눈 부릅 뜬 박이연은 
성층권에 머리를 연신 치받아대지만
하늘 끄트머리에 맞닿은 바다는 더 이상
가오리를 띄우지 않는다

해 묵은 대보름달에 사는 운명의 재단사가
통째로 잘려나간 왕 당산나무 밑둥치에서
하염없이 육모얼레를 돌린다.

오연복 시인 프로필

오연복 시인은 위 작품으로 시인들의 샘터문학 제2회 문학상 시상식에서 영광의 대상을 수상하였다.

계간 스토리문학 등단
한국스토리문인협회 이사
문학공원 동인 가곡동인
시인들의 샘터문학 자문위원
대한민국 인물대상(2014)
전북의 별 표창(제8회)
중앙일보 독서감상문대회 최우수상 
[동인지] 꿈을 낭송하다 , 바람의 서 , 하늘에서 웃으시다 ,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외 다수
[ 가곡] 물푸레나무 타령, 갓밝이, 변산반도 마실길, 김밥, 향일암, 시인의 아내, 행복한 결혼, 첫눈

 

(상임고문 조기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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