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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12일 혜소국사 기념 행사를 안내하는 안성 칠장사 지강 주지스님 <사진 : 지오 김차현> |
강남에 갔던 제비가 돌아오는 날은 삼월 삼짇날(음력 3월3일)이다. 제비가 다시 강남으로 돌아가는 날은 언제일까? 바로 음력 9월 9일로 중양절(重陽節)이다. 중양(重陽)이란 음양사상에 따라 양수(陽數:홀수)가 겹쳤다는 뜻으로 홀수가 두 번 겹치면 복(福)이 들어오는 날이라고 한다.
1년 중 양수가 겹친 날은 음력 설날(1.1), 삼짇날(3.3), 단오(5.5), 칠석(7.7), 중양(9,9)으로 모두 명절이었다. 그중에 9는 양수 가운데 극양(極陽)이므로 9월 9일은 특별히 중양(重陽)이라 부른다.
중양절은 극에 달한 양기(陽氣)가 겨울(음기:陰氣)로 향하는 계절의 전환기다. 즉 겨울에 대한 촉을 느끼고 월동을 준비하는 날이다. 이날 제비들은 강남으로 떠나고 뱀과 개구리는 겨울잠을 자려고 땅속으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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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칠장사 다례재법회 행장 순서 <사진: 지오 김차현> |
우리 선조들도 신라 때는 이날 임금과 신하들이 함께 모여 시를 짓고 품평을 하며 어울리는 행사를 열었다.
고려 때는 설날, 대보름, 삼짇날과 같은 명절로, 높은산에 올라 시를 지으며 국화주를 마시고 붉은 수유 열매를 머리에 꽂아 악귀(액(厄)를 쫓는 등고(登高)라는 풍습을 놀이처럼 하였다.
조선 시대에는 추석 때 햇곡식으로 차례를 못드렸으면 이날 차례를 지냈고, 어르신들을 모셔서 음식을 대접하고 함께 소통하는 잔치를 즐겼다.
<세종실록>에도 9월 9일은 "중양절이므로 막걸리를 원로대신에게 내리고 잔치를 했다"라는 기록이 있다. 이렇듯 우리 선조들에게 중양절은 어르신들과 소통하고 봉양하며 어울리는 뜻깊은 명절이었다. 그런데 오늘날은 그 흔적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잊혀진 명절이 되고 말았다.
그럼에도 해마다 중양절 즈음(10월 둘째주 토요일)이 되면 어르신들을 모셔서 음식을 대접하고 즐거운 공연과 효 잔치를 여는 사람이 있다. 바로 고려시대 이전에 지어져 천년고찰로 불리는 안성 칠장사의 지강 주지스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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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칠장사 지강스님이 쌀1000포)을 안성시에 기부하는 장면 <사진 : 지오 김차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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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혜소국사의 행장을 소개하는 법상종 총무원장 혜월스님 <사진 : 지오 김차현> |
이날 행사에서 지강스님은 쌀 1,000포와 장학금과 무료급식후원금, 취약계층 의료비, 각종 복지단체 운영비 등등 2억원에 가까운 금액을 각 단체에 전달했다. 그 모습을 20년 가까이 지켜봤다는 총무원장 혜월스님은 지강스님을 ‘혜소국사의 현신’같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300여명의 어르신들과 함께 참여한 안성시 내외귀빈들의 축사가 이어졌다. 지강스님을 기부천사라고 부르자는 분도 있었다.
"지강스님은 전국적으로 종교가 다른 이들에게도 존경받는 분’이라며, ‘인연이 닿아 뜻깊은 자리에 함께하게 되어 영광’이라는 가수 현당 선생님의 공연이 이날 행사의 대미를 장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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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현당 선생님 <사진: 지오 김차현> |
주소명을 정하기 위해 옛길과 옛장소 이름을 고증하는 것처럼, 중양절 같은 소통과 봉양의 우리명절을 다시 복구한다면, 각종 외래 명절이 만연한 시대에도 어르신들이 행복해지는 따뜻한 우리나라가 되지 않을까? 종교를 떠나서 사회에 귀감이 되고 본받을 만한 역할을 하는 지강스님 같은 분들이 더욱 많아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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