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공사, 前 사장 고발하고 뒤에선 공금으로 구명작업". . ....현 사장도 몰랐던 비밀 법률자문 누가 지시했나?

김윤정 기자 / 기사승인 : 2019-10-23 22:2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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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천만원 들인 비밀 법률자문...무혐의 구명활동 통로 정황

①사건관련자 부사장, 자문변호사의 5회 검찰접촉정보 보고받아

②공사측 고발대리 변호사, 검찰서 “무혐의 사안” 노골적 진술

지시자 모두 무혐의실행자들만 징계’ 전형적 꼬리 자르기

김경협 공금으로 사적이익 횡령”...송갑석 공모사건 즉각 수사

 

 

▲사진. 김경협 국회의원 (기재위)

 

 

[파이낸셜경제]김윤정 기자= 국회 기재위 김경협 의원과  산자중기위 송갑석 의원이 공동으로 국감 보도자료를 통해 한국가스공사가 손해를 끼친 배임혐의로 전임 사장을 고발해놓고서 정작 검찰 수사 과정에서는 공사 예산을 들인 법률자문을 통해 전 사장과 현 부사장 등 핵심 관련자에 대한 사실상 구명활동을 벌인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배포된 보도자료에 따르면 사장 직무대행 체제였던 작년 11월 공사는,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9월 캐나다 자회사 KCLNG가 외교통상부 차관 출신 인사와 자문계약을 맺어 5천5백만원을 지급하고도 보고서는 공사 직원들이 대리 작성한 사건에 대한 감사를 벌여 당시 사장 L씨를 ‘특혜계약 지시자’로 고발했었다.

L씨가 올해 5월 무혐의 처분되면서 사건이 일단락된 듯 보였지만, 최근 공사가 비밀로 숨겨왔던 법률자문 과정에서 검찰 접촉 정보가 사건 관련자에게 보고됐고, 공사측 고발대리변호인이 피고발인에게 유리한 검찰진술을 한 사실이 밝혀진 것.

공사가 더불어민주당 김경협(기재위), 송갑석(산자중기위)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공사는 L씨 고발 직전인 작년 10월30일부터 올해 3월20일까지 5개월여 A 법무법인의 법률자문 받고 자문료로 4천5백만원을 지급했다.

이 법률자문은 공사 내부규정과 달리 법무시스템에도 등록되지 않은 채 극소수 관계자들만의 비밀로 부쳐졌다.

현 가스공사 사장도 지난 15일 국정감사에서 “이 같은 상황을 최근에야 보고받았다”고 밝혔다.

공사는 ‘전임 사장 형사고발이라는 사안의 특이성 및 대내외 파급효과를 고려 보안유지를 위해 (법무)시스템에 등록하지 않았음’이라고 숨겨온 사실을 인정했다.

문제는 이 법률자문, 다시 말해 전 사장 고발사건을 제대로 처리하기 위한 명목으로 공사가 비용을 들인 자문이 피고발인 L씨와, 현 부사장 등 특혜계약 사건 핵심 관련자들이 무혐의 처분을 받는데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점이다.

 



①사건 관련자 부사장, 법률자문 변호사의 검찰 접촉 정보 보고받아

우선, 특혜계약 사건 당시 해외사업본부장으로 L씨의 지시를 이행한 의혹으로 나중에 검찰 조사를 받게 되는 경영관리부사장은 A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가 최소 5차례 이상 검찰을 접촉해 얻은 정보를 보고받았다.

A 법무법인의 ‘자문내역서’에는, 자문변호사가 올해 3월까지 최소 5회 이상 검찰을 방문, 수사상황을 파악한 기록이 남아있는데, 공사는 의원실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변호사의 검찰방문은 고발사건에 대한 검찰조사의 진행상황 확인이 주목적이었으며 방문 후 그 결과를 별도의 문서가 아닌 유선통화로 국내법무부장에게 설명하였음. (...)유선 수신 후 경영협력처장에게 구두 보고하였으며, (...)경영관리부사장에게는 월1회 정도 구두 보고한 것으로 기억됨’이라고 보고사실을 시인했다.<첨부2><첨부3>

 

 

 

또 부사장은 해당 법률자문의 지휘보고라인 수장 자격으로 작년 11월20일 법률자문 변호인과의 회의 자리에 참석했는데,<첨부4><첨부5> 이 회의 전날 공사가 작성한 고발장 초안에 들어있던 ‘추가범죄 의혹: 해외사업본부장 000도 하위직원들에게 부당한 자문계약이 추진되도록 적극적으로 지시한 의혹’ 대목은 다음날인 11월21일 검찰에 공식 제출된 고발장에서는 삭제돼 사라지기도 했다.<첨부6>


 


김 의원은 “법률자문의 지휘보고라인 정점에 있던 수사 대상자가 법률자문을 통해 수사정보를 얻고 고발장을 바꾸도록 했다면 공금을 이용해 자신의 구명, 즉 사익을 추구한 횡령범죄에 해당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②‘고발하라’고 자문한 법무법인 변호사 검찰에선 ‘혐의 없음’ 진술

공사측 고발대리인 변호사가 해당 사안을 ‘혐의 없음 사안’이라고 검찰에서 진술한 정황도 드러났다.

공사가 송갑석 의원실에 제출한 검찰의 ‘불기소 이유’ 문서를 보면 ‘고발대리인 변호사는 (...)본 건이 혐의 없음 사안이라고 판단하고 있어 불기소 처분이 되더라도 항고하지 않지(오타로 보임) 않을 것이지만, 공사 노조가 강성이라 고발 취소를 하기는 어렵다는 취지로 진술한다(기록 4쪽 고발대리인 변호사 진술 청취)’고 돼있다.<첨부7의 “6쪽”>

 


앞서 작년 11월15일 이 사건 자문을 맡은 A 법무법인은 공사에 보낸 의견서에서 ‘(특혜계약 지시는) 형사상 업무상 배임죄에 해당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따라서 귀 공사는 고발지침 제2조 제1호 또는 제9호에 따라 사정기관에 고발조치하여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라고 답했고, 공사는 이에 따라 L씨를 11월21일 고발했다.<첨부8>

최초 공사에 ‘업무상 배임...고발사안’이라고 했던 법률자문과 달리 공사측 고발인 변호인이 검찰 조사과정에서는 피고발인에 대해 ‘혐의 없음’이라고 진술한 것.

송 의원은 “고위직 간부들이 공모하여 조직적으로 사건을 은폐하고 공사의 예산을 낭비한 사건임이 드러난 대목”이라며 “즉각 수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③감사실도 수사 막바지에 핵심자료 제출...검찰 ‘증거불충분’ 불기소

공사 감사실 관계자들도 수사에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공사는 의원실에 보낸 답변자료에서 ‘특정감사 결과보고서, 감사처분 요구서, 관련자 문답서를 4월30일 조사후 (검찰에) 이메일 송부’했다고 밝혔는데, 이 때는 고발일(11월21일)로부터 5개월이 지난 시점이었고, 무혐의 처분일(5월16일)로부터 역산하면 보름 전의 수사 막바지 시기였다.<첨부9>

 



특히 공사 감사실 관계자는 김 의원실과 통화에서 “동부지검에 4월 말경 방문해 ‘(사건 관련자들이) 다 부인하고 있고, 누구에 대해서 얘기를 직접적으로 하지 않기 때문에 증거가 너무 없다. 추가로 조사가 진행이 안돼서 기소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취지의 말을 (검찰관계자로부터) 들었다”고 말해 감사 자료가 검찰로 넘어간 시기에 수사는 사실상 종결 분위기였음을 알 수 있다.

핵심 감사자료인 관련자 문답서는 작년 11월5일 작성됐고, 감사결과보고서, 처분요구서도 올해 2월14일 모두 완료된 상태였다.<첨부10>

 

이 같은 과정을 거쳐 검찰은 전 사장에 대해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하고, 해당 부사장 등 사건관련자 누구도 기소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을 냈는데, 공사는 올해 3월 이 사건과 관련된 임직원 중에 자문보고서 대리 작성과 관련된 2~3급 직원들만 징계하는 것으로 사건을 종결했다.

지시자는 없고, 실행자만 있는 전형적인 꼬리자르기식 결론에, 이상한 법률자문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누가 지시했는지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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