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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네 수련(국립중앙박물관) |
유신애 클래식 음악작가 :
클로드 모네의 그림을 보면 뭔가 일렁이는 느낌이 듭니다. 물체가 명확한 선으로 그려지지 않고 모호하게 구분되며, 색채도 한 가지가 아니라, 무슨 색이라고 정확히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여러 색이 섞인 것처럼 보이고요. 이렇게 빛과 분위기를 포착하여 만든 그림을 ‘인상주의’ 시대의 그림이라고 말합니다. 인상주의 열풍은 프랑스 파리에서 시작되었어요.
당시로서는 파격적이었던 이 그림들은 음악에도 영향을 줍니다. 드뷔시, 라벨 같은 작곡가들의 작품이 그것입니다. 인상주의 그림에서처럼 빛의 분위기를 떠올리게 만들면서 색채로 일렁이는 듯한 선율을 부드럽게 표현해요. 마치 공중에 붕 떠 있는 듯한 분위기 속에서 말이죠.
인상주의 음악가들 중에서도 모리스 라벨은 2025년 내내 핫할 예정입니다. 탄생 150주년을 맞아 많은 연주자들이 그의 곡을 음반과 공연의 레퍼토리로 계획하고 있거든요.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대표적입니다. 그는 지난 1월 이미 라벨의 피아노 작품 전곡을 그라모폰 레이블로 선보였죠.
저는 조성진의 음반 속에서도 ‘물’을 소재로 한 작품이 눈에 띄었어요. <물의 희롱>과 <밤의 가스파르> 중 ‘물의 요정’입니다.
라벨 : <물의 희롱, M.30>
빛에 반사된 물방울들이 이리저리 튀며 잔물결을 만들어내는 모습이 머릿속에 생생하게 그려지실까요? <물의 희롱>은 1901년 만들어진 곡으로, 작곡가가 직접 악보에다가 ‘물결이 살랑대는 소리나 샘물, 폭포, 실개천 등에서 들을 수 있는 음악적 소리에 영감을 받아 작곡했다.’라고 썼어요. 그러면서 프랑스 시인 앙리 드 레니에의 시 ‘물의 축제’에서 한 구절도 따왔죠. ‘간지럼 태우는 물결에 미소 짓는 강의 신.’
라벨 : <밤의 가스파르, M.55>, ‘물의 요정’
‘물의 요정’이 첫 번째 곡으로 속해있는 <밤의 가스파르>도 시를 토대로 작곡되었습니다. 이탈리아 시인 알로이지우스 베르트랑이 1842년에 쓴 동명의 시가 해당돼요. 가스파르는 밤에 발생하는 세 가지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가상의 인물입니다.
그중 첫 번째 이야기인 ‘물의 요정’에 해당하는 시의 일부는 다음과 같습니다. ‘들어봐요! 부드러운 달빛 아래 당신의 유리창에 물방울을 흩뿌리는 것은, 나 물의 요정입니다. 여기 저택의 아가씨가 무지갯빛 가운을 입고 발코니에 서서 총총한 별밤의 아름다움을, 잠든 호수를 바라보고 있어요. 흐름을 따라 헤엄치는 물방울 하나하나가 다 물의 요정이랍니다.’
지난 한 주는 큰 산불로 인해 내내 물을 기다리신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물로 얽힌 두 곡의 분위기를 기억하면서 마무리하겠습니다.
유신애 클래식 음악작가 프로필
단행본 <로맨스 인 클래식>, <베토벤 빼고 클래식>을 쓴 클래식 음악 작가.
대학에서 피아노를 전공한 후, 클래식 음악 전문 월간지 <피아노 음악>, <스트링앤보우>에서 클래식 전문 기자로 근무하였으며, KBS 클래식 음악 방송 <더 콘서트>, 클래식 음악과 강연이 더해진 KBS 연말특집생방송 <오늘과 내일> 등에서 구성작가 겸 음악코디네이터로 활동하였다.
현재는 강연, 북토크 등 다양한 채널로 독자들을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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