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샤콘

유신애 칼럼니스트 / 기사승인 : 2025-04-08 11:4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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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애 클래식 음악작가 :

이번 주말은 대통령 탄핵으로 방송사들이 뉴스특보를 편성하며 많은 프로그램들이 결방되었습니다. 하지만 <보물섬>만큼은 예정대로 방영됐어요.

SBS 드라마 <보물섬>에는 귀 기울일 만한 음악이 자주 등장합니다. 바로 비탈리의 <샤콘>입니다. 드라마에는 원곡 버전뿐만 아니라 편곡 버전으로도 <샤콘>의 선율이 흘러나오는데요. 슬픔 가득한 장면에서는 서정적으로 흘러나오다가, 주인공의 복수를 그리는 장면에서는 리드미컬하게 편곡된 선율이 등장하여 매우 흥미롭습니다.
  

▲ 비탈리 : <샤콘>

 

토마소 안토니오 비탈리는 1663년생 이탈리아의 작곡가이자 바이올리니스트입니다. 그의 <샤콘>이 발견된 건 사후인 1867년이었어요. 그래서 ‘이 곡이 정말로 비탈리의 곡인가?’라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죠. 낭만시대의 곡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리듬과 선율이 자유롭고 화려하기 때문입니다. 바흐보다 무려 22년이나 먼저 태어난 바로크 작곡가의 작품이니까 의심할 만하죠.


하지만 2010년이 되어 작곡가가 비탈리라는 사실이 적힌 동시대의 필사본이 발견되었고, 자필 악보일 가능성이 높은 자료를 찾으면서 의심이 사그라들었어요.

그럼 ‘샤콘’은 무엇이냐고요? 16세기 후반부터 스페인에서 유행한 3박자의 춤곡입니다. 원래는 발랄했던 음악이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거치면서, 느리고 우아한 귀족적 음악으로 변하고요. 바로크 기악 음악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춤곡입니다. 그중에서 비탈리의 <샤콘>은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음악’이란 말이 부제처럼 항상 따라다니는 음악이에요. <샤콘> 중 가장 유명하죠.

또 다른 유명한 <샤콘>도 하나 소개 드리겠습니다. 이번에는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가 작곡한 ‘샤콘’입니다. <바이올린 파르티타 2번>에서 마지막 악장인 5번째 곡으로 등장해요.
 

▲ 바흐 : <바이올린 파르티타 2번, BWV 1004>, ‘샤콘’

바흐의 인생에서 결혼은 두 번이었는데요. 첫 아내와는 사별합니다. 아내의 사인은 정확하진 않지만 급성질환으로 추정하고 있어요. 안타까운 점은 바흐가 두 달 정도 출장을 다녀오니 자식들이 이미 장례까지 치러버린 뒤였다는 겁니다. 너무 늦어버렸죠. 크게 의지하고 사랑하던 아내를 손도 한 번 못 잡아본 채 갑작스럽게 떠나보낸 그의 마음은 얼마나 황망하고 아팠을까요? <바이올린 파르티타 2번> 중 ‘샤콘’은 그런 슬픔 속에 살던 바흐의 손에서 탄생했어요. 깊은 슬픔이 느껴지실까요?

두 곡의 <샤콘>들은 각각 서로 다른 모습이지만, 슬픔 속에서 들으면 오히려 위로가 된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여러분에게는 바흐와 비탈리의 <샤콘>들 중 어떤 것이 더 마음에 와닿았나요? 둘 중 어떤 음악이든 여러분의 삶에 위로가 되는 시간이었길 바랍니다.

그나저나 드라마에서 출발한 이야기인 만큼, 결말도 궁금합니다. 인생을 풀베팅한 동주는 어떤 결말을 맞을까요? 16부작이라니 마지막회도 얼마 남지 않았네요.

  

 

 유신애 클래식 음악작가 프로필

단행본 <로맨스 인 클래식>, <베토벤 빼고 클래식>을 쓴 클래식 음악 작가.

대학에서 피아노를 전공한 후, 클래식 음악 전문 월간지 <피아노 음악>, <스트링앤보우>에서 클래식 전문 기자로 근무하였으며, KBS 클래식 음악 방송 <더 콘서트>, 클래식 음악과 강연이 더해진 KBS 연말특집생방송 <오늘과 내일> 등에서 구성작가 겸 음악코디네이터로 활동하였다.
현재는 강연, 북토크 등 다양한 채널로 독자들을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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