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낙연의 출국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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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민봉 국토신문 발행인.편집인 |
이낙연의 출국을 보며 마음이 짠하다. 대통령이 될 수도 있었던 그가, 경선에서 패배하고 미국 행에 올랐다. 우리는 민주당의 경선이 불공정했다 보기에, 그가 ‘졌다’고 하는게 논란이 있겠지만, 어쨌건 민주당 대선 후보에 오른것은 죄명이였다. 그리고 대통령이 된 것은 윤이었고. 복기해 보면, 참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나 싶다. 이런 저런 생각에 주저리 주저리 쓸데없이 긴 글을 썼다.
어떤 면에서 이낙연은 대통령이 안되는게 이상한 상황이었다. 김대중이 정계로 발탁한 호남의 아들로, 노무현의 대변인에 연설문을 썼고, 호남출신 대선후보를 키우겠다 약속한 문재인이 꼭 집어서 총리로 발탁하여 대선후보 수업을 시켜주었다. 국회의원, 도지사, 총리, 당대표 등을 거치며 민생, 입법, 행정, 외교 등 수많은 성과와 경험을 쌓았고 문파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다. 2020년 총선에서 수많은 민주당 정치인이 이낙연의 지원과 덕을 받았다. 진중하면서도 촌철살인 언변으로 신망이 높았고, 신사다운 품격과 구설수 없는 도덕성, 그리고 김숙희 여사도 따듯하고 성숙한 이미지로 호감을 더했다. 명분에서, 준비에서, 도덕성과 품격 등 모든 면에서 빠지는 데가 없어서, ‘어대낙(어차피 대통령은 이낙연)’이라는 말이 공공연히 돌았다.
반대로 죄명이를 생각해 보자. 김대중 노무현과 찍은 사진 하나 없다. 스스로 일베짓을 하며 광주를 욕했다고 고백한 적도 있고, 일베 가입 사실, 일베용어 사용 논란도 있었다. 노무현에 칼꽂은 정동영 후원회장 출신 오렌지로, 민주당에 들어온 뻐꾸기 새끼나 다름 없었다. 형님 강제입원, 형수쌍욕에, 총각사칭불륜 의혹, 음주운전 등 전과4범, 대장동 의혹 등등, 인성, 품격, 도덕성에 심각한 하자가 있었다. 2017년 민주당 경선에서 문프를 까대서 비호감 이미지가 생겼고, 도덕성 논란을 피하려 문준용씨까지 끌고 들어오고, 혜경궁은 노무현 시X팔이 운운에 문어벙 어쩌구, 세월호 유가족까지 입에 담았다. 문프가 하시는 정책을 수없이 비판하고 차별화 하고 치받은게 한 두 번이 아니다.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 외에는 국회의원 한번 못해봤는데, 내세울 업적도 계곡하천 정비는 조광한 시장 걸 가로챈거고, 알다시피 업적으로 내세운 대장동은 엄청난 비리덩어리로 밝혀졌다. 언뜻 생각해 보면, 대체 어떻게 이낙연이 아닌 죄명이가 대선후보가 되었는지 이상할 정도다.
2. 왜 죄명이가 이겼지? 돈과 권력의 힘
그럼, 왜 죄명이가 민주당 대선후보가 되었는가?
내 생각에, 이낙연은 원칙과 진심에 충실한 반면, 죄명이는 돈과 권력, 언론과 선동의 힘을 최대한 이용했다고 본다. 안타깝게도 이게 먹힌 것이다.
국민들은 위대하고 현명하지만, 대중은 게으르고 조작되기 쉽다. 사실과 대중 사이에는 언론과 미디어가 자리잡고, 마음대로 사실을 조작, 편집, 왜곡할 수 있고, 대중은 그것을 쉽게 믿는다. 이것을 매우 잘 이해한 사람이 미국의 트럼프, 그리고 한국의 죄명이가 아닌가 한다.
죄명이는 공직과 공적인 기관을 사적으로 활용하는데 탁월한 재주가 있다. 대장동의 유동규를 비롯해서, 운전수에서 경기교통연수원 사무처장이 된 진효희, 이재선씨를 협박하고, 폭언에 비리로 구속된 적도 있는 유명한 백종선, 코나아이의 신승은 등, 자격이 안되지만, 공사 구분 없이 죄명이에게 전적으로 충성하는 인사들을 꽂아 넣어서, 성남시와 경기도의 조직과 재정은 죄명이를 위한 사조직처럼 굴렸다. 문파는 이걸 '부패'했다고 하고, 막사모들은 이걸 '유능'하다고 하지.
김사랑씨 등은, 죄명이 주위에 댓글공작 언론조작을 전문으로 하는 팀이 상시 돌아가고 있다고 하는데, 온라인에서 형님 이재선씨를 괴롭힌 것 부터 시작해서, 문파들과 이낙연에게 지독한 언론공작을 벌였다. 유명한 드루킹은 재판정 증언에서 매크로 기계는 한나라당에서 안철수 캠프로, 그리고 이X명 측으로 넘어갔다”라고 밝혔다. 그런데 감옥에 간 건, 김경수였지. 바로 김경수를 고소한게 바로 죄명이 최측근이자 경기주택도시공사 사장 이현욱이다. 그는 기본주택 설계자이자, 죄명이 자택 옆집을 직원숙소 명의로 전세 얻어서 논란이 되었지. 법카 30인분에 GH100여명 증원, 합숙소 130개. 거기서 무슨 짓을 했을까?
동시에 엄청난 규모의 친구비, 광고비를 통해 언론과 미디어를 길들였다. 한 기자의 고백에 따르면, 열심히 조사해서 죄명이 의혹 기사를 쓰면 바로 경기도 홍보실에서 광고비 중단 협박이 들어왔고, 편집장이 지우라고 개지랄을 했고, 짜증나서 죄명이 SNS에서 허접한 내용을 가져다 기사를 썼더니 순식간에 좋아요 몇 만개, '죄명이 멋지다'는 똑같은 댓글이 몇 천개 달리면서, 자기 생애 처음 포털 메인에 걸리더라는 것. 박찬혁 방송작가는 상부에서 죄명이와 관련된 내용은 어떤 것도 다룰 수 없다는 지침이 내려와, 동의할 수 없다며 그만두었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것이 알고싶다'의 이큰별 피디가 죄명이 관련 의혹을 다루자, 죄명이가 직접 전화해, 아예 자기가 SBS 윗선과 연락을 했다고 이야기 하며 압력 넣는게 방송에 나왔고, 이 피디는 바로 좌천되었다. 거의 빼박으로 죄명이의 성남시 상황을 다룬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은 화제가 되자 중간에 방송이 중단되고, 작가가 교체되었으며, 드라마의 여배우는 난데없이 경기도 기본주택 광고 모델로 나오기도 했다.
이 돈이 다 어디서 왔을까? 성남시 돈, 경기도 돈이 다 내 돈 아닌가? 죄명이는 "성남시는 수익 남기지 않아도 돼"라고 했고, 정영학 녹취록에서는 대장동 관련해서 “천억만 있으면 돼”라고 했었지.
죄명이는 SNS의 폭발력을 가장 잘 활용한 정치인이다. 본인이 중독 수준으로 SNS를 해댔고, 혜경궁도 그랬고, 형님 녹취록을 들으면, 형님에게 “집사람이 쓰고 있어 이 ㅆㅆㄲ야”라고 소리지르는 것도 나온다. 과거 조중동, 그리고 종편이 국민들의 눈과 귀를 가리웠다면, 이제 SNS와 유튜브가 그 역할을 한다는 걸 알고 최대한 활용했다. SNS 시대가 되어도, 결국 독자적으로 정보를 분석하고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은 매우 제한적이다. 수 많은 대중은 자기들이 직접 판단하기 보다, 손쉽게 자신들이 추종하는 셀렙, 오피니언 리더들이 주는 정보를 그냥 믿어버린다.
정치 판에 기웃대는 수많은 언론인, 유튜버, 각종 운동가들, 정치 낭인들, 이 사람들의 특징은, 돈과 자리에 엄청 굶주려 있다는 것. 죄명이는 자기 돈도 아닌 공금을 가지고, 이들을 살뜰히 챙기는데, 죄명이 전화 한 통과 봉투 하나에, 성은이 망극하고 감읍해서 충성을 맹세한 자들이 수두룩 뻑뻑하다. 세상이 왜 나를 몰라주나 하다가, 죄명이가 알아주니 눈이 돌아가서 아예 XX내리고 치어 리더로 나선 자들이 줄을 섰다. 지조도 없고 원칙도 없고, 나를 알아주면 좋은 놈, 몰라주면 나쁜 놈, 오가는 친구비에 싹트는 우정.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손을 뻗어 지도부가 죄명이 지지로 들어가면, 손쉽게 분위기가 장악된다.
그래서 어느 순간에 보니, 범민주당 계열의 유튜버, 셀렙들은 다 죄명이를 미친듯이 빨고 이낙연을 욕하고 짓밟고 있었다.
물론 죄명이가 진보의 가치를 실현해 준다고 진심 믿은 이들도 있을 것이다. 수신제가가 안되는자가 치국평천하를 할 수 있다고 믿는, 인간에 대한 성찰이 부족한 자들이다. 인간이 없고 윤리가 없는 진보의 비극이다.
문파들은 죄명이의 실체를 옛날부터 알아보고 비판하고 싸워올 만큼, 촉이 뛰어나고, 촌철살인에 날카로운 분들이 많다. 그런데 사심없이 이 나라 민주주주의가 잘 되고, 문프가 성공한 대통령이 되시며 그 유지를 이어갈 사람을 지지하다 보니, 자신을 드러내는 사람도 없고, 셀렙이라 할 만한 사람이나 조직도 없다. 친문 유튜브 채널도 백브리핑, 정치신세계 말고는 없고, 문파들의 호응도 제한적이다. 본인의 경험이 제한적이라 조심스럽지만 페이스북만 봐도, 죄명이 측은 즐비한 셀렙들이 몇 마디 하면 좋아요, 공유가 수천명 규모로 쫙쫙 퍼지는 반면, 문파 이낙연 쪽은 이런 구조 자체가 없고, 그냥 개개인이 외롭게 한마디씩 하는 분위기. 그러다 보니 확장성이 정말 아쉬운 것.
역시 그알에서 다뤘던 여청단이라는 단체가 있다. 미투 운동을 지지하고 성매매 근절을 위해 활동하는 하는 듯, 4인1조로 성매수 남성으로 성매매 업소에 잠입, 증거를 포착하고 112에 신고한 뒤 경찰이 출동하면 사라지는 식으로 활동을 했다. 난데없이 안희정 미투 시위에도 나와서 강력하게 비판한 적도 있었고. 그런데, 실제로는 여청단이 성매매 업주들을 협박해 금품을 빼앗고 성매매 업소를 장악하고 있다는 의혹이 있었고, 단장인 신씨가 준 마약을 모르고 먹고 정신을 잃고 성폭행 당한 여성이 신고한 적도 있었다. 그럼에도 신씨는 자유롭게 활보하고 있었다.
충격적인 것은 신씨의 인터뷰를 들어보면, 성매매 업소를 장악하는 것을 넘어, 고객명단을 확보해서 1300만개의 데이터베이스를 갖고 있다고 하는데, 이걸 활용하면 자신은 1조원의 돈도 만들 수 있고, 대한민국에서 자기가 ‘신’이 될 수 있다 자랑스럽게 이야기 했다는 점. 가장 놀라운 것은 이 단체가 죄명이의 경기도에 비영리민간단체로 등록도 되어있었으며, 범죄행각이 드러난 후에도 경기도는 비영리민간단체 등록말소 등 미적미적 거리고 있었다는 것. 뇌피셜일 지 모르지만, 이게 죄명이의 영향력과 무관할까 의구심을 가졌었다. 베트남에서 풀 뜯은 인간 부터 시작해서, 이런 쪽으로 걸릴 놈들이 한 둘 일까 싶은 것. 한쪽으로는 약점 잡아서 협박, 한쪽으로는 매수와 회유 등으로, 죄명이의 주머니에 들어간 자들이 부지기수 아닐까?
뭐 가장 큰 것은 역시 대장동의 힘으로 법조카르텔을 움직여 대법원에서 무죄를 받은 사실이다. 돌아보면, 민주당에서 대선 후보가 될 만한 사람들은 자기 잘못이든 억울한 뒤집어 씌우기로 든, 하나하나 사라져 갔다. 안희정이 그랬고, 박원순이 그랬고, 김경수는 억울하게 감옥에 갔고, 조국도 그렇고. 김경수 같은 사람과는 비교할 수 없는 의혹과 비리로 점철된 죄명이를, 대법원은 면죄부를 주어 대선후보가 되는 길을 터 주었다.
뭐, 쓰자면 끝도 한도 없겠지만, 결국 죄명이는 돈, 섹스, 권력의 힘을 가장 잘 이해하고 활용한 인간이라는 생각이다. 문파중에는 죄명이를 X도 아닌 한심한 인간으로 무시하는 분들도 있는데, 죄명이는 악한 쪽으로 매우 탁월한 인간이고 그래서 더 위험하다고 본다.
악은 여러가지 얼굴을 가지고 있다. 죄명이라는 희대의 사패. 그리고 죄명이가 내미는 돈과 권력의 힘에 굴복한 수많은 사람들. 죄명이가 성남, 경기를 넘어 민주당까지 장악한 현실에서 보는 우리 사회의 부패상. 스스로 사고하지 않고 언론과 셀렙에 휘둘리는 사람들의 게으름이라는 악. 성찰하지 않고 진영논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오만하고 완고한 사고. 생각이 다르다고 동지를 똥파리로 마녀사냥 하고 짓밟을 수 있는 잔인함.
죄명이에 동조한 이들이 만들어 낸 악의 태풍이 이 나라에 휘몰아치고 있다.
3. 이낙연의 전략은? 진심과 최선?
반대로 이낙연의 전략은 무엇이었나? 국민을 믿고 무던하게 진심과 최선을 다한것이 아닌가 한다. 총리시절 발로 뛰며 민생을 챙기고, 문프를 최선을 다해 보필했으며, 당대표 시절 각종 개혁입법을 통과시켰다. 이 자체로는 참 훌륭하다. 우리 정치, 언론 문화가 정상이라면 대통령이 안되는게 이상하다.
그런데 문제는, 아무리 열심히 해도, 언론과 미디어, SNS가 이를 무시하고, 폄하하고 악마화 해버리면, 오히려 더 나쁜 놈이 되 버린다는 것. 알다시피 박근혜 사면건의 발언은 이낙연의 실수였다. 문파중에서도 이 자체를 좋아할 사람은 없었지만, 결과적으로 문프가 사면도 하셨고, 사실 고령의 여성인 박근혜가 감옥에 있는 상태에서 대선을 치르는게 무리가 있었고, 중도와 보수에 어필할 수 있는 선거전략으로서 고려할 수 있는 선택지였다. 여기서 패착은 본인이 대선 후보가 되고 나서 언급할 내용을 너무 빨리 얘기했고, 이 전후로 죄명이가 이낙연을 역전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어쩌면 어대낙에 스스로 취했을 수도 있고, 아니면 죄명이가 치고 올라오는 순간, 중도로 외연을 확장하려는 승부수였는지 몰라도, 결과적으로 최대의 악수였다.
그러자 죄명이 쪽 언론, 유튜버, 셀렙 등은 미친듯이 이낙연을 씹어대기 시작했다. 신사의 품격, 신중한 언행, 책임감 있는 약속은, 바로 엄중이로 폄하 당했고, 당대표로 반대하는 야당을 설득하고 줄다리기 끝에 수많은 개혁 입법을 통과시켜 놨더니, 180석 가지고 뭐했냐, 야당 깽판치는거 다 받아주고 질질 끌다가 한게 뭐냐, 사꾸라, 낙엽 등으로 프레임을 씌워 악랄하게 물어뜯었다. 페북에서 알던 어떤 인간은 “이낙연 신발놈아, 문프까지 넘겨줄 셈이냐”하며 쌍욕을 하길래, 지금 뭔 소리 하냐고 댓거리를 했더니 막사모 수십명이 조직적으로 달려들어서 난리쳤던 기억이 있다.
경선에서는 대장동을 비롯해 수많은 의혹과 비리가 점철된 죄명이를 욕하는 게 아니라, 그걸 비판하는 사람을 네가티브 한다고 욕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죄가 많은 놈이 아니라, 죄를 지적하는 놈을 욕하는, 놀라운 되치기 신공. 이낙연은 경선이후에도 무던하게 죄명이 선거운동해주고 지선까지 자리를 지켰다. 그런데도, 막산이들은 지금까지 이낙연 욕을 하며 이낙연 때문에 졌단다.
이게 여론과 프레임의 무서움이다. 여론을 선동하고 프레임을 장악하는 자를, 절대 당할 수가 없는 것이다.
죄명이의 회심의 한 수는, ‘조국 수호’를, ‘추미애가 옳았다’로, 그리고 ‘죄명이는 합니다’로 끌어간 거였다. 문파들도 문정부의 검찰개혁에 적극지지를 보냈었고, 그 와중에 고생한 조국에게 빚진 마음을 가진 이들이 많았다. 그런데 그게 법무장관이 된 추미애로 이어졌는데, 법적 제도적 개혁에 중점을 두고 윤과 개인적인 대결 구도는 피하는 것이 문프와 이낙연 대표 방식이었다면, 추미애는 계속 해서 윤과 맞짱 뜨는 일을 벌였다. 여기에 이낙연의 민주당이 장단을 맞춰주지 않고, 문프가 자기 사표를 수리한 것에 앙심이라도 품었는지, 추미애는 대선에 나와 빵점 대표라느니 이낙연을 씹는데 열을 올렸다. 결국 이낙연대 죄명이의 1대1구도가 아닌, 죄명이+추미애 대 이낙연이라는 2대1의 구도가 되어 버렸고, 검찰개혁 조국수호의 지분 전체를 추미애와 죄명이가 가져가 버렸다. 노무현을 탄핵하고 삼보일배 하며 회개하는 듯 했던 추미애를 보면, 사람은 고쳐쓸수 없구나를 다시 확인하게 된다. 민주당이 이렇게 망가지게 된 데 대한 책임을 반드시 져아 할 것이다. 고일석이나 김민웅 처럼 추미애에서 죄명이로 몰이꾼 노릇을 한 자들도 마찬가지.
사실 내가 조국에 가장 실망한 것은, 이런 구도에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주었다는 것이다. 추미애와 같은 이유로 앙심을 품었는지는 모르지만, 경선 중에도 이낙연 까대는 내용을 공유한 적이 있었고, 결국 추미애를 통해 죄명이에게 지지를 몰아준 셈이 되어버렸다. 문제는 조국 사태 때, 죄명이는 제대로 조를 지지하거나 윤을 비판한 적은 한번도 없었고, 오히려 윤을 두둔하고 조에게 책임이 있다는 식의 황당한 글을 자주 올렸다는 것이다. 솔직히 죄명이가 자신을 걱정해 준다고 믿었다면 정말 멍청한 거 아닌가. 죄명이에게 조는 사라져야 할 또 하나의 경쟁자일 뿐이었는데.
또한 민주당 당대표로 베트남 풀뜯어먹는 소대가리를 뽑은 것부터 망할 징조가 보였다. 소대가리는 죄명이가 법적 문제 없어도 당 윤리위 회부 조사하겠다는 훼이크까지 썼고, 전라도의 권당들은 삼수했다는 이유로 뽑아줬단다는 말이 있다. 그중 일부는 죄명이 빠가 되었고 일부는 후회한다던데, 후회 하는 사람들은 정말 이 사태에 책임이 크다. 결국 소대가리는 약점이 잡힌 건지, 화천대유 한건지 몰라도, 죄명이를 뽑아주러 대표가 된 것처럼 온갖 불공정 경선을 진행했고, 사사오입으로 결선투표도 없이 죄명이가 대선후보가 되었다.
물론 죄명이가 대통령이 될 수는 없었다. 여론몰이나 선동을 해 봤자, 그건 범민주당 범위에서나 먹히는 거였고, 문파는 죽어도 죄명이 안찍고, 중도 확장력은 없으니, 본선은 필패라고 문파들은 누누히 말했다. 하지만 적어도 민주당은 장악했고 대선과 지선까지 죄명이 사당으로 만들어 냈다.
결국 이낙연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정도로만 싸웠고, 죄명이는 돈과 권력의 힘을 최대로 활용해 불법과 합법을 넘나들며 성남시, 경기도에서 민주당까지 장악해 냈다.
4. 그럼 어떻게 할 것인가?
그럼 어떻게 할 것인가? 물론 상대가 온갖 반칙을 쓰는데 이낙연이 똑같이 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에 대한 대응 전략이 좀 더 철저 했어야 한다. 상대가 반칙을 쓰는 것에 대한 대응과 준비가 되어있는 것 조차도 '실력'의 일부이다. 나만 고고하게 원칙대로 하면 국민들이 진심을 알아주겠지 하는 마음은 순수하지만, 그것 만으로 이길 수는 없다. 국민들을 믿는 것은 중요하지만, 수많은 대중이 게으르고 선동되기 쉬운 우중이라는 현실을 이해하고 대응했어야 한다. 평범한 내가 봐도 죄명이 측은 온갖 돈과 권력과 조직이 무시무시하게 돌아가는데, 이낙연 캠프는 도대체 전략과 조직이 있는건지 모를 정도로, 제대로 싸우지 못하는 느낌이었다.
내 느낌에 이낙연은 굳이 말하면 좀 '구식'이다. 연세가 있기도 하지만, 최첨단 시대에 펜과 메모장을 쓰는 것이 상징하듯, 변화된 정치환경에 빠르게 맞춰나가기 보다는, 본인이 살아온 방식을 꾸준히 밀고나가는 느낌이다. 최근에도 강물은 바다를 만난다는 식의 언급을 많이 한다. 사필귀정, 진심은 통한다 그런 철학 말이다.
이낙연은 무슨생각으로 경선 패배 이후 무던하게 끌려다니 듯 죄명이 선거운동을 해 주었을까? 솔직히 그렇게 당해 놓고도 진심으로 죄명이가 같은 민주당 동지이고, 대선후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서 지지했다면 나는 이낙연에 대한 지지를 접겠다. 조국에 대한 지지를 접은 이유이기도 하지만, 순수하기만 하고 악을 분별하고 판단할 능력이 없는 자는 절대로 정치를 하면 안된다. 반대로 이낙연이 절치부심의 마음으로 미래를 생각해서, 속에 칼을 감추고 원수같은 죄명이 지지연설을 해 줄 정도로 무서운 사람이라면, 지도자 자격이 있다고 본다. 악을 분별 할 뿐 아니라, 악을 이길 전략과 전술도 갖춰야 한다.
이낙연은 약속한대로 지선까지 자리를 지켰다. 생각이 있는 국민들은 이를 기억할 것이다. 죄명이가 당을 더 말아먹고, 총선까지 망한다면, 그 때 좀 더 많은 사람들이 경선에서 이낙연을 밀었어야 했는데, 당이 살 방법은 이낙연 밖에 없다하고, 정신차리고 모셔올 날이 올 지 모른다. 그렇게 되길 바란다. 하지만 그 조차도 꽃가마 태우러 오기를 기다려서는 안된다.
솔직히 죄명이 사건은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새로운 현상이다. 여기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구체적으로 설명할 깜냥은 안된다.
다만 지난 경선의 패배에 대한 뼈저린 반성과 복기, 대응을 통해 이낙연 캠프가 부족했던 점을 철저하게 보완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5. 그래도 희망은 이낙연
승부의 세계는 냉정하다. 이낙연만 진게 아니라, 민주당은 죄명이가 장악했고, 보수 후보보다 도덕성 떨어지는 비호감후보가 민주당을 대표하는 막장같은 상황이 벌어졌고, 문프 치받고 검찰 외에는 아무 경력도 없는 윤이 어부지리로 대통령이 되어 버렸으며, 5년간 자신을 갈아넣으신 문프가 정권재창출을 보며 퇴임하시는 것도 실패했다. 장수가 패배하면 병사들은 살륙당한다. 이낙연이 주도권을 놓치면서 문파들은 폐족이 되었고, 민주당에서 짓밟히고 모욕당했고, 일부는 탈당, 일부는 겨우 버티고 있다.
이런 점에서 나는 이낙연이 원망스럽다. 어쨌든지 더 철저하게 준비해서 경선에서 이겼어야 했다. 내가 이낙연을 원망하는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의 적자, 문파의 희망은 이낙연 뿐이기 때문이다.
물론 경선 이후 가장 비참하고 처절한 심정이 들 사람은 당연히 이낙연일 것이다. 유년기 가난으로 고생을 많이 했지만, 정치 입문 후에 지금 처럼 하늘끝에 올라갔다가 바닥으로 내려간 적이 있었을까? 민주당의 적자이자, 죄명이의 라이벌이라는 이유로, 온갖 모욕과 마타도어, 패악질을 당했다. 집사부 일체에서 이낙연이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라는 노래를 부르는 장면을 잊을 수 없다. 그는 진심으로 자신의 모든 준비와 경험을 가지고 국민을 위해 모두 드려 섬기겠다고 고백했는데, 민주당은 그걸 하수구에 쳐 박았다. 진심을 외면당한 그 심정을 생각만해도 가슴이 아리다.
어쩌면, 하늘이 이러한 시간도 이낙연에게 허락하는지 모른다. 김대중에게 생사를 넘나드는 위협과 빨갱이 지역주의 낙인 등, 수많은 인고의 시간을이 있었듯이, 노무현이 낙선과 실패를 거듭하며 바보노무현의 길을 만들었듯이, 문재인이 노무현의 죽음과 2012년의 패배를 딛고 절치부심하여 민주당을 개혁하고 마침내 2017년에 승리 했듯이, 이낙연에게도 이런 고난이 자신의 껍질을 벗고 더 큰 정치인으로 성장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동시에 문파도 민주당 경선의 상처와 환멸을 딛고 조직력과 전투력을 업그레이드 해 나가기를 기대한다.
죄명이 같은 악한자를 알아보지 못하고 진영논리라는 이름으로 지지하고, 죄명이를 반대한다는 이유로 상대를 짓밟는 수많은 과거의 동지들을 보며, 나는 인간에 대한 신뢰를 상당 부분 잃었다. 하지만 이 또한 인간과 세상에 대한 학습의 과정이다.
역사는 준비된 한 사람의 지도자, 그리고 그를 알아보고 마음 모아 지지하는 진실한 사람들이 만들어 가는 것. 동시에 시대의 악을 분별할 뿐 아니라, 그 악을 무너뜨릴 전술과 실력까지 갖춘 사람들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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