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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서울미디어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 |
1912년 4월 14일 밤 11시 40분 북대서양 뉴펀들랜드 바다를 항해하던 여객선이 빙산과 충돌했다. 배는 2시간 40분만인 15일 오전 2시 20분에 완전히 침몰했다. 이 사고로 승객과 승무원 2,224명 중 1,514명이 물에 빠져 숨졌다. 바로 타이타닉호 침몰 사고이다. 이 배는 당시 최신 기술이 총동원돼 건조된 초호화 여객선으로 '떠다니는 호텔'이자 '불침선(不沈船)'으로 불렸다. 그러나 이 거대한 여객선도 승무원의 부주의로 빙산과 충돌해 대서양의 깊은 바다에 수장되었다.
이번 대선 정국에서 국민의힘을 보면 타이타닉호가 떠오른다. 해방이후 정통 보수의 맥을 이은 정당이자 수십만 권리당원이 있는 거대 정당이 항로에서 벗어난 배 처럼 표류하는 모습이다. 선장과 승무원, 승객들이 서로 나서 방향을 다투는 모습은 침몰하는 타이타닉호의 상황을 연상시킨다.
모든 정당은 갈등을 안고 있다. 정치관과 세력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당이 지속가능한 것은 구성원 모두가 헌법과 당헌의 가치를 인정하면서 경쟁하기 때문이다. 지금 국민의힘은 그 가치를 잃은 것 같은 모습이다.
우선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관계가 단절되지 못했다. 윤 전 대통령은 계엄과 내란으로 탄핵을 당한 당원이다. 그가 국민의힘에 있다는 것은 민주주의와 공화정을 부정하는 것이며, 헌법 위반 정당이라는 것을 자인하는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자진탈당을 읍소하는 듯한 지도부의 행태는 상당수 국민의 분노를 사고 있다. 계엄 지지 정당이자 내란 옹호 정당이라는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둘째, 계엄과 내란, 탄핵에 대한 대국민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이 없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계엄으로 민주주의를 유린하고 군을 동원해 국가 위기를 초래하는 과정에 국민의힘은 잘못이 없는가? 국민은 대다수 국민의힘 의원들이 내란수괴를 공공연히 옹호하는 모습을 생생히 지켜보았다. 그리고 지금 대선은 그에 대한 국민적 심판의 장이 되고 있다. 선거는 잘 하는 사람을 뽑는 측면도 있느나, 본질적으로 잘못한 사람을 심판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기능이다.
셋째, 이익 중심 정당화의 문제이다. 어느 순간부터 국민의힘이 보수 정당이라기 보다는 보수를 참칭한 이익 집단으로 전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 안타까운 일이다. 보수 참칭 이익주의자와 극우 포퓰리즘이 당을 망치고 있다. 이준석ㆍ김상욱ㆍ홍준표의 출당과 탈당은 국민의힘이 보수의 건강성을 잃었다는 증거이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최근 당을 탈당해 미국 하와이에서 연일 국민의힘을 공격하고 있다. 윤석열이라는 용병의 영입과 소위 친윤에 의해 망가진 국민의힘을 고발하는 그의 목소리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다.
홍 전 시장은 16일 "당의 정통 보수주의는 이회창 총재가 정계 은퇴 하면서 끝난 당이었는데 그간 사이비 보수들이 모여서 온갖 미사여구로 정통 보수주의를 참칭하고 국민들의 눈을 가린 그런 세월이었다. 그러고도 자신들이 국민의짐이 된줄도 모르고 노년층들만 상대로 국민의힘이라고 떠들고 있다. 이번 대선이 끝나면 한국의 정통 보수주의는 기존판을 갈아엎고 새판을 짜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더불이민주당 이재명 후보도 이날 전북 익산시 유세에서 "국민의힘이 진정한 보수정당으로 자리 잡길 바라는데, 국민의힘은 미안하게도 보수가 아니라 수구, 반동 이해관계 집단에 불과했다"며 "요즘 보니 '우리는 원래 수구야'라고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홍 전 시장의 말은 30여년 이어진 국민의힘과의 인연을 정리하면서 쏟아내는 분노이자 충언일 것이다. 그의 말에서는 이익 집단으로 변질된 된 국민의힘이 올바른 보수정당으로 환골탈태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느껴진다. 대한민국에는 건강한 보수가 필요하다. 유능하고 깨끗하고 개방적인 보수가 필요하다. 그것이 강한 보수가 되는 길이다. 마찬가지로 유능하고 깨끗하고 개방적인 진보도 필요하다. 두 날개로 힘차게 나는 새 처럼 건강한 좌우가 국가와 국민을 위해 합리적 경쟁을 하는 희망의 정치를 기대해본다.
필자/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서울미디어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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