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기록유산 가치 충분”… 외신이 먼저 감탄한 ‘한국 족보’의 기적

전병길 기자 / 기사승인 : 2026-06-15 17:4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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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日 마이니치 신문 1면 대서특필…“한국인이 전화(戰火) 속에서도 지켜낸 위대한 기록물”
- 가계도 넘어선 고도의 사회적 DB…인류의 숨겨진 기억 저장소
- 정호성 이사장 “과거 미화 아닌 K-컬처의 뿌리… 인류 보편의 세계기록유산 등재 추진”

[파이낸셜경제=전병길 기자]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K-컬처의 눈부신 번영 뒤에는 수백 년 동안 묵묵히 다져진 보이지 않는 거대한 문화적 원류가 흐르고 있다. 최근 이 문화적 정체성의 실체를 증명하는 기념비적인 외신 보도가 전해져 국내외의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일본의 3대 일간지 중 하나이자 철저한 사실보도와 진보적 논조로 중산층 독자들의 절대적인 신뢰를 받는 ‘마이니치(每日) 신문’이 지난 5월 13일자 석간 1면 톱기사로 한국의 전통 족보 문화를 대대적으로 보도한 것이다.

 



마이니치 신문은 “세계기록유산의 가치가 있는가? 한국인이 전화(戰火) 속에서도 지켜낸 ‘가계도’(족보)”라는 강렬한 표제 아래, 한국의 족보 문화를 집중 조명했다. 기사는 한국의 족보를 단순한 씨족의 계통도가 아니라, 참혹한 전쟁과 수많은 국난 속에서도 정체성을 잃지 않기 위해 목숨을 걸고 지켜낸 위대한 기억의 보존 과정으로 묘사했다.

특히 마이니치 신문은 한국의 족보 문화에 대해 세 가지 뚜렷한 특징을 짚어냈다. 첫째로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매우 독특하고 오래된 기록문화’라는 점, 둘째로 한 사회를 끈끈하게 묶어주는 ‘강한 혈연 공동체 문화의 정수’라는 점, 그리고 마지막으로 ‘동아시아 전통문화의 독보적인 자산’이라는 점이다. 

 

나아가 현재 한국에서 전통을 계승하기 위해 무려 140여 종족(문중)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으며, 이 독창적인 기록 자산이 유네스코(UNESCO) 세계기록유산(Memory of the World) 등재 대상으로 매우 진지하고 깊이 있게 논의되고 있다는 사실을 상세히 보도했다.

이번 외신의 대대적인 보도는 ‘국뽕(맹목적 애국주의)’식의 주관적 홍보가 아닌, 냉철하고 객관적인 제3자의 시선에서 한국 족보의 인류학적 가치를 공인받았다는 점에서 국제적 설득력을 배가시킨다. 이미 세계적인 한국학의 석학 마크 A. 피터슨(Mark A. Peterson) 교수를 전문가위원장으로 영입하며 글로벌 표준을 확립해 온 ‘한국족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추진위원회’의 노력이 마침내 전 세계 여론의 뜨거운 응답으로 이어진 제2의 쾌거라 할 수 있다.

전쟁 속에서도 보존된 기억… 조선을 움직인 고도의 사회적 데이터베이스

흔히 현대인들은 족보를 가문이나 문중의 소유물, 혹은 조상들의 이름을 나열한 고루한 책 정도로 오해하곤 한다. 그러나 한국의 족보는 그 이상의 거대한 가치와 역사적 깊이를 담고 있다. 중국, 일본, 베트남 등 한자문화권이나 유럽의 일부 귀족 가문에도 가계 기록은 존재하지만, 한국처럼 가문 구성원 전체가 거의 빠짐없이 동일한 서식 하에 수백 년간 지속해서 기록을 갱신하고 인쇄하여 보존해 온 사례는 지구상 어디에도 없다.

고려와 조선 시대를 거치며 체계적으로 정립된 한국의 족보는 고도의 데이터베이스 시스템이다. 이름과 혈통을 기록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개개인의 출생과 혼인, 학문적 성취와 관직 역임, 거주지의 이동 경로와 시대적 배경, 심지어 묘소의 상세한 위치까지 입체적으로 기록했다. 조선 시대를 지탱한 유교 질서와 종법제도가 이 한 권의 책에 완전히 투영되어 신분, 권력, 재산, 혼인 등 사회 전반을 움직이는 실질적인 ‘사회적 합의이자 국가 주민등록 시스템’의 역할을 한 것이다.

특히 한국 족보가 지닌 가장 독창적인 생명력은 역사 속에서의 역동적인 확장성에 있다. 1894년 갑오경장으로 신분제가 폐지되고, 1909년 민적법이 시행되면서 신분에서 해방된 대다수의 민중은 성씨와 본관을 얻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이 족보라는 유구한 기록 체계 속에 자발적으로 자신의 이름을 등재하기를 갈망했다. 전 국민이 성과 본을 갖고 가문의 역사적 기록에 동참한 이 거대한 문화적 현상은 세계사적으로 유일무이하며, 족보가 소수 지배층의 전유물을 넘어 한 나라 국민 전체가 역사의 주체로 참여한 ‘집단 기억의 거대한 저장소’로 진화했음을 증명한다.

“과거 미화 아닌 미래 K-컬처의 뿌리”… 정호성 이사장의 확신과 도전

이 역사적인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한국족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추진위원회의 정호성 이사장은 이번 일본 언론의 집중 조명을 접하며 기쁨을 넘어 깊은 시대적 사명감을 표명했다. 정 이사장은 국내에서 우리 스스로가 가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을 넘어, 해외 언론이 먼저 한국의 족보를 “흥미롭고 인류학적으로 가치 있는 유산”으로 주목하기 시작한 것은 그 무게감이 완전히 다르다며 입을 열었다.

정 이사장은 우리 선조들이 임진왜란과 한국전쟁 같은 참혹한 전란 속에서도 족보를 보자기나 가슴에 품고 피난길에 올랐던 숭고한 역사를 환기했다. 목숨보다 귀하게 지켜낸 족보라는 기록은 단순한 종이책이 아니라 민족의 영혼이었으며, 이 지독한 기록에 대한 집념이 오늘날 세계 무대에서 ‘전쟁 속에서도 보존된 인류의 보편적 유산’이라는 거대한 가치로 재해석되는 엄숙한 과정에 진입했다는 설명이다.

현재 미국과 유럽 등 서구권에서 ‘패밀리 서치(FamilySearch)’와 같은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자신의 뿌리를 찾는 활동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거대한 문화 현상으로 자리 잡은 것처럼, 가장 완벽한 계보 체계와 역사성을 지닌 한국의 족보는 인류 전체에게 경이로운 모델이자 나침반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나아가 정 이사장은 세계 시장을 장악한 K-컬처의 성공 비결 역시 이 족보 문화와 직결되어 있다고 단언했다. 글로벌 관객들이 한국 드라마나 영화 속의 끈끈한 가족애, 책임과 희생, 그리고 효 사상에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는 그 정서적 토대가 바로 수백 년 동안 가족 공동체의 가치를 매일같이 기록해 온 족보 문화에서 비롯되었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유네스코 등재는 케케묵은 과거의 가부장적 유교 질서를 미화하거나 복원하려는 것이 아니라, 현대 사회의 개인주의 속에서 점차 해체되어 가는 가족의 가치를 회복하고 K-컬처의 문화적 원류를 증명하려는 고도의 미래지향적 작업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정 이사장은 현대인들의 관심 부족과 보관의 어려움으로 인해 수많은 오래된 고족보 원본들이 체계적인 보존 조치 없이 산재해 있거나 훼손되어 사라지는 척박한 현실을 뼈아프게 지적했다. 전국 각지에 흩어진 희귀본 족보들을 정밀하게 수집하고, 이를 시급히 디지털 데이터베이스화하는 것이야말로 국가적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라는 것이다. 

 

추진위는 이미 임진왜란 이전에 발간된 현존하는 고족보 중 역사적 가치가 높은 안동권씨 ‘성화보(1476년 발간)’ 등 희귀 원본 20여 점을 대중에 공개 전시하며 역사적 진정성을 입증하는 한편, 전국적인 족보 현황 파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인류 최초의 ‘족보 백서’ 편찬과 글로벌 미디어를 향한 힘찬 도약

한국족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추진위원회는 이번 일본 마이니치 신문 보도의 파급 효과를 극대화하여 국내외 여론을 주도하고 대국민적 관심을 촉진하는 선순환을 만들어낼 계획이다. 이를 위한 첫 단계로 추진위는 인류 역사상 최초로 한국 족보의 인류학적·역사적·사회적 가치를 집대성한 공식 “족보 백서” 편찬 사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동시에 아시아권을 넘어 전 세계 영어권 독자들에게 이 경이로운 기록문화를 알리기 위해 미국의 CNN 등 세계적인 유력 뉴스 매체를 대상으로 한 글로벌 타칭 및 언론 보도 프로모션을 공격적으로 전개할 예정이다. 전 세계인들에게 한국의 족보가 지닌 ‘인류 보편적 기억의 가치’를 알리고 설득하기 위한 글로벌 공조 체계를 한층 더 견고히 하겠다는 다짐이다.

“기록을 지킨다는 것은 결국 우리의 정체성을 지키는 일입니다.” 마이니치 신문이 한국 사회에 던진 깊은 울림처럼, 세계가 먼저 감탄하기 전에 우리 스스로가 이 소중한 문화유산의 가치를 온전히 이해하고 보존하려는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전통의 지혜와 미래의 기술을 융합하여 한국의 보물을 세계 인류의 자산으로 승화시키려는 정호성 이사장과 추진위원회의 장대한 여정에 온 국민의 뜨거운 지지와 동참이 요구된다.

 

 

파이낸셜경제 / 전병길 기자 mbcclu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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